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가이도 다케루 지음ㅣ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서혜영 옮김ㅣ니케북스ㅣ228쪽ㅣ1만4800원

사람 몸의 70%는 물이고, 단백질과 칼슘이 그다음으로 많다. '물의 행성인 지구'와 조금 닮은 셈. 그럼 물과 단백질과 칼슘이 있으면 인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물, 단백질, 칼슘 말고도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이 모여서 마음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인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TV나 스마트폰은 구조를 몰라도 얼마든지 쓸 수 있어. 고장 나면? 수리를 맡기면 되지. 몸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으음, 하지만 말이지. 이 세계는 나의 바깥쪽과 나의 안쪽으로 이루어져 있잖아. 바깥쪽은 아는데 안쪽을 모른다면 세계를 반밖에 모르는 게 아닐까?" 일본의 병리학 전문의이자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란 책으로 우리나라에도 마니아층을 형성한 저자는 바로 자신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번엔 '몸의 지도'를 만들었다.

자칫 딱딱한 의학서를 떠올리기 쉽지만 “몸 안엔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제법 있다”며 뼈의 종류와 수를 좌르륵 읊고, 인기 그림책 작가의 재치 만발한 삽화를 곁들여 ‘나도 몰랐던 내 몸의 놀라운 세계’를 속속들이 파헤치게 해준다. 무게 300g인 심장은 전혀 하트(♡) 모양이 아니고, 태아의 허파는 탯줄을 통해서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찌부러져 있다. 만화처럼 가볍게 읽었는데 다 읽고 나면 간, 쓸개, 췌장이 눈앞에 그려지는 인체 과학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