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MBC도 KBS· EBS처럼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7일 한국방송학회의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와 "MBC는 공직선거법·정당법상 공영방송이지만, 공적재원 지원은 받지 못하고 광고 판매도 제한되는 등 이중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는 민영방송처럼 광고를 재원으로 운영되지만, 공익 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 주주로 참여해 정부와 국회가 경영에 개입하는 반민·반공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사장은 "방송법을 바꿔 공영방송의 범주와 책무를 규정하고, 수신료도 특정 방송사에만 주는 기금이 아니라 공영방송 전체 사업의 경비 충당을 위한 것인 만큼, MBC도 자격이 되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적자가 이어지면서 MBC가 공적 지원을 받기 위해 '공영 방송'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MBC가 사실상 준조세인 수신료 혜택을 받겠다는 것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은 KBS·EBS 똑같이 겪는 문제"라며 "수신료보다 광고·협찬 등 다른 상업 활동에서 제약 요건을 개선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수신료를 받으면 방송에 대한 권력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며 "공공 기금을 받으면 MBC는 더 투명해져야 할 것이고 감사원 감사 등 외부 간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의 발언은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에도 MBC 출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C를 공영방송에 포함해 수신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KBS공영노조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여당이 절대 우위를 점한 21대 국회에 MBC 출신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MBC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MBC 고위 임원을 지낸 한 방송계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선 MBC가 KBS보다 더 노골적으로 친여 성향을 보였다"며 "총선이 끝나자 청구서를 내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