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력 수요가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년 전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때보다 오히려 전력 수요 증가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관련 워킹그룹이 전망한 전력 수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관련 워킹그룹 주요 논의결과'를 발표했다. 민간 전문가 21명으로 이뤄진 위원회는 작년 3월부터 51차례 회의를 거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했다. 계획안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새로 도입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것으로, 정부 에너지 정책 기본 틀이다. 원래 지난해 말 확정됐어야 했지만 일정이 늦춰졌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에너지 수급 전망과 발전 설비 계획을 담게 된다.

위원회는 작년 기준 90.3GW(기가와트)인 전력 수요가 매해 평균 1% 증가해 2034년엔 104.2GW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7년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전력 수요가 연평균 1.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증가세를 0.3% 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센터 등 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데 전력 수요 증가율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위원회는 경제성장률과 중장기 기온 전망 등을 토대로 전력 수요를 예상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성장률의 경우, 단기적(2021~2023년)으로는 기획재정부의 전망치(2.8%), 중장기적(2024~2034년)으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1.4~2.5%)를 적용했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을 반영해 지난 2월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2.1%)를 적용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원별 설비비중 전망.


위원회는 전체 발전원 가운데 석탄과 원전 설비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늘린다는 현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을 재확인했다. 특히 석탄 발전의 감축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2034년까지 현재 석탄 발전기 60기 중 30기(15.3GW)를 폐지할 예정이고, 이 가운데 24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2024년 26기(27.3GW)로 정점을 찍고 계속 줄어 2034년엔 17기(19.4GW)로 축소된다. 설비 비중으로 따지면 현재 전체의 46.3%를 차지하는 원전·석탄이 2034년 24.8%로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저렴한 원전·석탄 비중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비싼 LNG를 확대하면서 전기 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한국전력의 원전 구입 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65.25원, 유연탄(석탄)은 96.17원인 반면 LNG는 122.57원으로 원전의 두 배에 달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저유가 시대라 LNG 연료비 부담이 적지만 언제 또 오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LNG는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원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아 수급 불확실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LNG 발전 단가 중 75%는 연료 비용이고, 나머지는 국내 발전설비 등에 드는 비용이다. 반면 원전의 경우 연료 값은 5% 정도고 나머지 90% 이상이 국내 설비 비용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원전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데, 굳이 이를 버리고 위험 부담이 큰 LNG 비중을 확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