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서울 주택 공급 대책의 양대 축은 '용산 미니 신도시' 8000가구와 '공공 재개발' 2만가구다. 미니 신도시는 공기업인 코레일이 가진 땅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비교적 큰 사업으로 꼽힌다. 반면 재개발 활성화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정도에 따라 정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상당수 전문가는 공공 재개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일부 인센티브를 내놓긴 했지만 재개발 조합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공공 재개발, 방향 좋지만 효과는 글쎄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으로 재개발 활성화를 언급했다는 점 자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는 규제만 했다. 주택 공급 대책이라곤 도시재생과 수도권 신도시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정책만 내놓았다. 정부가 공공 참여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재개발 규제가 완화된 셈이다.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 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상 지역이 어디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2가 ‘청파1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모습.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10년 넘도록 조합이 설립되지 않아 사업이 취소될 뻔했지만 지난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실제 얼마나 많은 재개발 사업지가 공공 방식을 도입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부 인센티브가 있기는 하지만, 상당한 공공 기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받으려면 새로 짓는 주택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분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정부는 건축 규제를 풀어 더 많은 집을 짓게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방식에 비해 조합원들의 이익이 커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개발 사업 기간 단축, 사업비 저리(低利) 대출, 조합원 분담금 대납 등 혜택도 제공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사업자로 참여해야만 가능하다. 이 두 공기업은 정부와 서울시의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곳이어서 최대한 많은 임대주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성이 줄어든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공이 개입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깔려 있는 데다, 이번에 나온 인센티브가 그다지 파격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참여하는 조합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 길 바쁜 조합에는 단비

이처럼 공공 재개발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많지만 오랜 기간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일부 지역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고 10년이 지나도록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곳이 공공 재개발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시내 재개발 사업지 357곳 중 10년 넘도록 조합 설립 인가를 못 받은 곳은 102곳이다.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은평구 증산뉴타운 4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재개발 투자 전문가인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이번 정책은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한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게 마지막 출구가 될 것"이라며 "2000년대 초·중반 뉴타운 열풍에 힘입어 재개발 사업지로 지정됐다가 아직까지 제대로 추진을 못 하고 있는 지역들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재개발이 활성화되려면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적정 분양가를 보장하는 식이다.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받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는 적용받기 때문에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를 받기 어렵다. 특히 HUG의 분양가 통제는 시장 상황이나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조합 입장에선 분양가 상한제 못지않은 위험 요소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보다 10%를 더 받게 해준다'는 식으로 기준이 명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훨씬 더 많은 조합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H·SH 등 공공 사업자가 조합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개발보다 먼저 공공 참여형 방식을 도입한 소규모 정비 사업(가로 주택 정비사업)을 벌이는 한 조합 관계자는 "중요한 의사 결정부터 사소한 업무비 집행까지 공기업의 허락을 받아야 하다 보니 오히려 시간은 더 걸리고 조합원들의 반발도 심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번 대책에 "조합원 자산의 장래가치와 관련된 의사결정 시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