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이 러닝메이트 선택을 둘러싼 여러 계파의 압박으로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천타천으로 거론된 러닝메이트 후보 수십 명이 모두 여성이고, 남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바이든 캠프가 부통령 후보 선발위원회를 공식적으로 꾸린 건 지난달 30일이다. 이후 언론사별로 '부통령 후보 톱 7위' '톱 10위' 같은 리스트가 나오고, 각 후보에 대한 갑론을박이 끝없이 이어졌다. 여기에 민주당 안팎 정치 단체들은 각각 미는 후보를 발표해 바이든을 공개 압박하고 연판장을 돌리는 등 부통령 후보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CNN은 "대선 후보의 가장 내밀해야 할 인사(人事)가 전례 없이 공공화됐다"고 했다.

특히 바이든이 지난 3월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택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민주당의 웬만한 여성 정치인은 거의 다 거론되고 있다. 인종과 이념, 출신 지역별로 여성 후보를 내거는 명분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선 바이든의 경선 승리에 힘을 몰아준 흑인 그룹에선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 스테이시 에이브럼스(46) 전 조지아주 하원의장 등을 강력히 밀고 있다. 수전 라이스 전 UN 대사 등 거론되는 흑인 여성만 십수 명에,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미는 단체도 별도로 생겼다. 에이브럼스는 최근 "바이든이 흑인을 안 택하면 배신"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강경 진보 쪽에선 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을 민다. 바이든이 노회한 중도 후보인 만큼 진보 인사를 2인자로 내세워 젊은 유권자를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들이 똘똘 뭉쳐 워런을 부통령 후보 선호도 1위에 올렸고, "워런을 안 뽑으면 2016년 (진보층 외면을 받았던) 힐러리 클린턴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협박도 불사한다.

중도 진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뺏긴 중서부 표심(票心)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들은 미네소타 출신의 에이미 클로버샤(59) 상원의원, 그레천 휘트머(48) 미시간 주지사를 미는 한편,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주지사부터 시장까지 가능한 여성 인사를 이 잡듯 뒤지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바이든이 곤경에 처했다(in a quandary)"는 참모진 말을 전했다. 거론되는 여성 후보 가운데 흑인·히스패닉 계열 후보 중엔 바이든이 잘 아는 이가 없고, 중서부 출신 중엔 유색인종이 없으며, 진보 진영 후보는 바이든이 내심 꺼리지만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 지명도가 높은 해리스·에이브럼스·워런 등은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해 바이든과 호흡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