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년 차 50대 부부에게 찾아온 비극의 화근은 '로또 1등'이었다. 대박을 맞았지만 오히려 엇길로 들어선 부부의 불화는 끝내 아내가 남편을 망치로 때려 살해하는 사건으로 터졌다.

경남 창원에서 노점상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부부는 작년 1월 로또 1등에 당첨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이 부부에게 7억8000만원이라는 거액이 생겼다. 그러나 로또 1등은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로또 당첨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진 남편의 폭언과 무시에 아내가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창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정현)는 부부싸움을 하다 둔기로 남편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A(52)씨에게 징역 12년을 7일 선고했다. A씨는 작년 12월 23일 오후 1시 20분쯤 창원시 성산구 주택에서 남편 B(당시 59세)씨와 말다툼하다 망치를 빼앗아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지 취재와 A씨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로또 당첨 이후 돈에 집착하며 자신을 무시하고 폭언을 퍼붓는 남편에게 앙심을 품어왔다. 남편이 A씨의 학벌이 낮다며 무시하고, 친정어머니를 공경하지 않아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12월 23일 A씨 언니와 남편이 집수리 문제 등으로 이야기하던 도중 A씨 자신도 모르게 남편이 대출받아 땅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말다툼이 벌어졌고, 남편 B씨는 다용도실에서 망치를 들고 나와 A씨를 위협했다.

그러자 A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입으로 B씨 손을 깨물어 망치를 빼앗았다. 그리고 B씨의 머리를 가격했다. A씨는 한 차례 맞아 쓰러진 남편에게 사정을 두지 않았다. 무려 20여 차례나 때렸다. 쓰러진 B씨가 "살려달라"고 말하는데도 계속 공격했다. 결국 남편은 사망했다.

A씨의 분노는 현장에 있던 A씨 언니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B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너 때문에 내가 1년 동안 힘들었다. 다 때려죽이고 싶다"며 다시 망치를 들고 B씨를 때리려 했다. 구급대원이 말리자 "내 눈 돌았으니까 건드리지 마라"고 소리쳤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공격을 방어하려다 과잉방위 중 벌어진 일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존엄한 생명을 빼앗은 점, 부부의 인연을 맺은 배우자를 살해해 법적·도덕적 책무를 원천적으로 파괴한 점,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남편과 말다툼 중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점, 현재 잘못을 뉘우치고, 범죄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