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 수가. 완전 거짓입니다."

단국대 장영표 교수 아들 장모(29)씨는 검찰 조사에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200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게 발급한 인턴 증명서를 보고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였다. 장씨는 7일 열린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기서 그의 검찰 진술들이 공개됐다.

장씨의 부친인 장영표 교수는 2009년 그가 주도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조민씨를 올려줬다. 장 교수는 지난달 29일 재판에서 "조민씨가 역할이 커 1저자로 넣었다"는 등 조씨를 두둔하다 재판장으로부터 "변호인이냐"는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아들 장씨는 "서울대 인턴은 허위 스펙(경력)이었다"며 "제 아버지가 조민의 스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저도 조국 교수님으로부터 스펙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자녀 입시를 위해 '논문 1저자' '서울대 인턴'이라는 허위 경력을 서로 주고받은 '스펙 품앗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와 관련한 물증과 진술을 다수 공개했다. 조씨는 장 교수가 있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으로 일한 뒤 2009년 3월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2개월 뒤 장씨와 조씨는 조 전 장관이 있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보름간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를 받았다. 둘은 한영외고 동기로 당시 고3이었다. 이 경력들은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록됐다.

그런데 장씨는 작년 검찰 조사에서 본인과 조씨가 실제 서울대에서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허위 경력이었다는 얘기다. 장씨는 "생활기록부에 있는 것처럼 번역 서류 정리, 회의장 안내 등의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런 활동을 했다는) 인턴 증명서는 참으로 완전한 거짓"이라고 했다. 장씨는 인턴 기간 마지막 날인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 보름간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그는 "조민씨도 세미나에 참석했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작년 10월 이 세미나에 딸 조씨가 참석했었다며 당시 현장을 찍은 한 동영상을 공개했었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한 젊은 여성이 조씨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장씨는 검찰에서 "그 여성은 한영외고 교복도 입지 않았다. 조민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법정에선 두 사람의 허위 경력 쌓기를 조 전 장관이 기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진술과 물증도 나왔다. 그중 하나가 조 전 장관이 2008년 장씨와 조씨에게 보낸 이메일이었다. '내년(2009년) 상반기 중 아시아 지역 사형 현황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것인데, 여기에 두 사람이 인턴 활동을 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서울대에서 이 세미나가 열렸고, 장씨는 참석했지만 조씨는 이마저도 불참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딸이 세미나에 참석한다는 걸 행사 며칠 전에 알았다" "인턴 과정에 관여 안했다"는 조 전 장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물증이다.

두 사람의 인턴 증명서는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 명의로 발급됐다. 그런데 장씨는 검찰에서 "한인섭 교수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증명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급됐는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검찰은 허위 인턴 증명서를 실제 발급한 사람으로 사실상 조 전 장관을 지목했다. 검찰은 작년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에서 압수한 PC에서 조씨와 장씨의 인턴 증명서 파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작년 7월 29일 최종 작성됐고, 이틀 뒤 출력된 흔적도 확인했다. 딸 조씨가 비슷한 시기 장 교수에게 '아버지(조 전 장관)한테 (저와 장씨의) 인턴 증명서를 받아서 제가 한영외고에 낼게요'라고 보낸 이메일도 공개됐다.

조씨는 지난해 8월 자기가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오른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1저자 등재가 문제없다는 해명 글을 만들어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장씨는 진술했다. 장씨는 그러면서 당시 바로 옆에 있던 그의 부친인 장 교수가 전화를 넘겨받아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걱정 말라"고 말한 것으로 분명히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장 교수는 최근 정경심씨 재판 증인으로 나와 정씨와 조씨를 감싸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정씨 측) 변호인이냐"는 질책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장씨의 기억이 부정확하다"는 식으로 맞섰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2009년 서울대 세미나 영상 등을 보면 장씨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씨가 세미나에 참석했고, 그가 이 현장에서 조씨를 보지 못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이에 장씨는 "그날 세미나에서 조씨를 보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