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는 지난 시즌 K리그에서 한 손에 꼽힐 만큼 인기를 끌었다. 시민구단이라 대기업이 운영하는 팀과 비교하면 선수 연봉이나 재정 등이 열악했지만,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부리그 12팀 중 5위를 했다. 세징야(31), 김대원(23), 에드가(33)가 30골을 합작하며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대구는 새로 문을 연 축구전용구장(DGB대구은행파크·1만2000석)에서 홈 19경기를 치르는 동안 9번 매진을 기록했다. 2020시즌권은 거의 다 팔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전체 경기 일정이 줄어들고, 개막 후 한동안 무관중 경기를 하게 되자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빨리 시즌권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팬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뼈 묻을' 자세로

세징야(브라질)는 자국 명문 구단 코린치앙스의 유스팀 출신이다. 1군 명단에 오르긴 했지만,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8번이나 팀을 옮겼다. 대구는 그에게 첫 해외 무대였다. 세징야는 "2016년 2부리그 팀이었던 대구에 올 때만 해도 '여기서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4년 만에 대구 시민들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0시즌 ‘삼각편대’로 대구의 공격을 주도할 세징야, 김대원, 에드가(왼쪽부터).

세징야는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풍부한 자금을 앞세운 아랍·중국 클럽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도 대구 잔류를 선택했다. "나를 품어주고 이름을 알릴 기회를 준 이곳에서 계속 역사를 쓰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최근 브라질 매체에 '한국 귀화'까지 언급한 그는 "올해 초 한국어·영어를 같이 가르치는 과외 교사를 구했는데, 코로나 탓에 공부를 못 했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팬들도 만나고, 한국어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브라질 출신으로 포르투갈·중동·태국 리그를 거쳐 대구에 정착한 에드가도 "'대팍(대구은행파크)'의 분위기는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뜨겁다. 이런 클럽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은 김대원은 정말 행운아"라고 말했다. 대구 측은 두 외국인 공격수와 3년 재계약을 이끌어내면서 '은퇴 후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유럽행 노리는 '팔공산 메시'

김대원은 보인고를 나와 2016년 대구에 입단한 프로 5년 차다. 요즘 팬들 사이에선 '팔공산 메시'라 불린다. 그는 "세징야, 에드가 같은 리그 정상급 선수와 뛰면서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특히 세징야는 내게 선생님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세징야의 킥과 에드가의 골대 앞 침착함을 배우고 싶다. 올해 내가 10골 이상 넣는다면 셋이서 40골 합작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대원은 벨기에 대표팀과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는 에덴 아자르를 동경한다. 유럽 진출을 노린다는 그는 "내년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메달을 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 플레이스타일은 스페인 리그가 더 어울리지만, 한국 선수들이 많이 거쳐 간 독일 분데스리가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대원은 프로 3년 차였던 2018년부터 등번호 14번을 달고 뛴다. 학생 때부터 좋아한 번호라고 한다. 그는 "유럽에서 꿈을 이루고 K리그에 돌아왔을 때, 다른 선수가 14번이라면 난 세징야의 11번을 갖고 싶다. 그때쯤엔 세징야가 '감독님'일 수도 있으니까"라며 웃었다. 대구는 9일 인천 원정을 시작으로 2020시즌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