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강정화씨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6주 넘게 의료 봉사를 하다 지난달 28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남대병원 402병동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었어요."

전북 전주의 암 전문 요양병원 수간호사였던 강정화(51)씨는 6일 이렇게 말했다. "중증 환자들이 수시로 몰렸어요. 2주 정도 지나고 나서야 겨우 업무에 익숙해졌어요. 그러고 나니 '기왕 온 거 보탬이 되자. 일주일만 더 있자'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6주를 넘겼어요."

강씨는 45일간의 '대구 봉사'를 마치고 자가 격리 중이던 지난달 28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전북대병원 음압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는 대구에서 코로나가 급격하게 퍼져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월 27일 파견을 자원했다. 대구의 확진자가 하루 새 340명 늘어난 날이었다. 국내 간호사 21만여 명 가운데 3900명이 자원했고, 이 가운데 지난 5일 기준으로 간호사 1184명이 대구 소재 의료 기관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봤지만, 강씨처럼 6주 넘게 근무한 간호사는 불과 50명이다.

처음 대구로 가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만류했다. 홍콩에서 유학 중 코로나 사태로 귀국한 딸(23)이 "왜 위험한 곳으로 가느냐, 꼭 엄마가 가야 하느냐"며 말렸지만, 강씨는 "건강하게 다녀오겠다"면서 집을 나섰다. 정부와 대구시는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과 감염 가능성을 따져 최대 4주 근무를 권했지만, 강씨는 6주 넘게 영남대병원을 지켰다. 80대 이상 고령의 중증 환자를 주로 돌보며 투약뿐 아니라 식사 지원, 병실 청소까지 했다. 강씨는 대구의 하루 확진자가 한 명이 된 지난달 15일에야 "이젠 떠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대구의 한 호텔에서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여덟 번째 간호사가 됐다.

강씨는 "내가 환자가 되니 코로나 환자들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음압 병상에 입원해보니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을 격려해주고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딸이 '엄마는 의로운 사람'이라고 해요. 빨리 완치돼서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딸과의 약속도 지키려고 해요"라고 했다. 강씨는 "국내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어서 다행이고, 기쁜 마음"이라며 "완치되면 코로나 등 호흡기 환자를 돌보는 병원으로 이직해 직접 환자가 돼본 경험을 살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