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4)=아마추어 결승 한 판을 더 감상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프로들의 대결장인 국내 선발전 결승 기보로 직행하기로 했다. 먼저 고른 대국은 나현(25)과 이영구(33)가 겨룬 바둑. 이 판이 두어진 지난달 28일 현재 두 기사의 국내 순위는 각각 12·15위로, 결승 일곱 판 중 가장 높은 랭커끼리 맞붙은 대국이었다. 중량급(重量級) 대결이다.

초반 4까지, 방향은 다르지만 두 기사 모두 화점과 소목을 하나씩 차지하고 출발했다. 삼삼 침투 일변도의 요즘 추세와 달리 뭔가 색다른 변화를 추구하려는 생각일지 모른다. 흑 5 걸쳤을 때 AI(인공지능)는 협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실전처럼 대부분 6에 붙여간다. 9로는 참고도 1로 좌상귀에 먼저 걸치고 5까지 처리하는 바둑도 자주 등장한다.

5~11의 기본 정석이 주르르 놓였다.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인간이 애용해온 정석이다. 인류가 만든 것을 AI가 정석으로 인정한(?) 정석은 몇 개 안 되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다. 10으로 한 칸 높게 둔 것은 12의 걸침을 미리 예정하고 고저장단을 맞춘 것. 14까지 백의 구상대로 진행됐다. 바둑의 골격을 결정할 흑의 다음 수는 어디로 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