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가 일단 1승을 거둔 것 같은 모습이지만, 방심하지 말고 가을,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전 세계 원격의료 규제가 하나 둘 풀리면서 국내 원격의료 산업도 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6일 대한병원협회가 주관한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코로나 시대 이후에 대한 이 같은 다양한 전망이 쏟아 졌다.

◇ “코로나 상대 1승 거뒀지만, 2판, 3판 알 수 없어…가을 대유행 대비해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 첫 날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올 가을 2차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가 코로나 상대로 1승을 거둔 상황인데 2판, 3판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in) 코로나,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다. 가을,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향후 코로나 유행 예상 시나리오 3 가지를 인용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을 겨울 대유행 때 이번 유행보다 더 큰 감염, 사망자 발생이 일어날 가능성이 지목됐다”며 “환자가 의료 체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1일부터 입국 제한을 강화하자 확진자가 급감하지 않았느냐”며 “사태 초기 중국 일부 지역에 대한 입국제한이 늦었던 점, 경증 환자를 다룰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더뎠던 문제들을 복기하며 혹시 모를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우리가 이번에 선진국보다 선방할 수 있었던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겪은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모든 병원은 내부를 감염병 지역과 비감염병 지역을 구분하고, 선별진료소를 상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의 방역 대처 평가 "초기 입국 제한 늘렸어야, 동선 공개 지나친 면 있어"

우리나라의 코로나 방역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초기 입국 제한은 문제가 있었다. 중국 초기 입국제한 지역 늘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래웅 아주대의료원 교수는 “동선 공개의 경우 2, 3명 확진자 동선을 섞어서 공개했으면 개인 정보 보호하면서 방역 효과 낼 수 있었다”며 “개인 동선 공개한 건 지나친 인권 침해라고 본다"고 했다.

이왕준 이사장은 “환자 데이터 관리 개선하자고 했는데 지금도 잘 안되고 있다”고 아쉬움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은 2달여만에 임상, 환자 데이터 확보했는데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데이터 관리, 논문 등 연구로 연결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지자체장 성향에 따라 대응전략 차이가 컸던 점도 지적하면서 “지자체, 국가, 방역당국 간 리더십 조절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미래학자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는 사스 등을 거치면서 개인 정보를 정부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반면 이런 경험이 없고 개인 인권에 민감한 서구권은 기술로 감염병 환자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다르게 대처하는 양상”이라며 “향후 이와 관련된 논의가 공론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 팬데믹 계기로 국내 원격 의료 성장할 것"

정지훈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환자, 보험사, 정부 등 원격의료의 주요 주체들이 원격의료를 수용하는 추세"라며 "원격의료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IT(정보기술)를 활용한 비대면 근무, 강의, 배달서비스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을 짚으며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는 지난 3월 원격의료 앱을 매일 활용한 이용자 수가 지난해 3월 대비 39~156%까지 증가했다.

정 교수는 “원격진료 앱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는 높아지고 부작용을 우려하던 각국 정부는 규제를 푸는 양상”이라며 “우리가 원격의료를 하게 되면 의원에서 환자를 더 많이,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원격의료 기업들은 ‘주(州)별로 의료 규제가 달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불평하는데, 원격의료를 하느냐 마느냐를 논하는 우리 입장에선 부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래웅 아주대의료원 교수는 “환자의 민감정보를 뺀 임상 정보를 빅데이터로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시간 감염병 정보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