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시가 제작한 포스터에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이 사용한 탱크 모형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은 6·25 전쟁 때 포스터 속 탱크 모델의 개량형을 몰고 쳐들어왔다. ‘당신도 코로나 19를 이기는 영웅’이라는 문구와 함께 모형 탱크 사진을 집어넣어 공공장소에 붙인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취미를 즐기라고 권유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했다. 남성 모델은 조립식 탱크 장난감을 만들어 노는 모습으로, 여성 모델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는 모습으로 설정했다. 사진 바로 위에는 ‘당신도, 코로나19를 이기는 영웅입니다’라는 문구를 썼다. 각각 약 200장씩 인쇄해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역사, 길거리 등에 붙였다.
남성 모델이 등장한 사진 속 장난감 탱크는 중형전차인 T-34를 본뜬 모형이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개발해 사용한 전차다. 소련은 전쟁 중 이 전차의 포 기능을 개선한 신형 T-34도 만들었다. 북한군은 1950년 6·25 전쟁 때 신형 T-34를 주력 전차로 사용했다. 한국 입장에선 ‘전쟁의 트라우마’로 기억되는 탱크다. 1940년대 미군에서 개발한 중전차 ‘T34’와는 다른 기종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가 퇴색되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 포스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산 전차도 있을 텐데 굳이 저것(T-34)을 갖다놨다”며 “북한의 침략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지 않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도 서울시가 ‘영웅’이라는 단어와 공산군 주력탱크를 함께 배치해 포스터로 낸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올라왔다. 마포구 한 구민은 ‘군국주의 포스터’라며 항의하는 민원을 넣었다.
반면 이 같은 지적이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포스터 속 전차는 북한군이 사용한 신형 T-34와 다른, 구 소련군이 사용한 구형 모델이기 때문에 6·25전쟁과 직접 연관을 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또 T-34 전차는 조립식 장난감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 모델을 배치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같은 내용의 반박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시를 옹호했다.
서울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전혀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탱크가 아닌 건담(일본에서 생산하는 로봇 장난감)을 배치했으면 ‘친일 포스터’라는 반발이 나왔을 것”이라며 “평범한 취미활동을 보여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홍보 포스터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4월 시는 청년·주거 정책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배포했다가 ‘성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출산·육아 정책 대상자로는 여성 모델을, 취업 정책 대상자로는 남성 모델을 선정한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3000만원을 들여 만든 포스터는 한 달도 안 돼 모두 철거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탱크 포스터는 제작에 2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