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승계 과정과 관련한 ‘대(對)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내부 최종 회의 과정에서 일부 변동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사과에 나서는 것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총수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이 부회장이 대국민 반성·사과하라”는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입장문만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는데, 전격적으로 직접 발표에 나서는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과실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 경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출범시킨 독립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3월 11일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와해 논란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며 4월10일까지 답변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삼성경영진이 비상상황이라 권고문 답변서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한달 뒤인 이달 11일까지로 이행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5년 6월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사옥에서 메르스 확산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과실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는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경영권 승계’와 ‘노동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판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영권 승계’ 관련한 부분에서는 법적인 책임 문제와 연관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사과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문제’의 경우 준법위가 요구한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에 대한 이 부회장의 입장 표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 메르스확산과 관련 삼성서울병원의 대응 잘못에대해 사과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5년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수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과 유족, 아직 치료 중인 환자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연단에서 두 차례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별도의 질의응답은 갖지 않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