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왼쪽) 전 총리가 5일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5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 전 총리에게 "정치권이 싸움만 하느라 대책 마련을 안 했다"며 항의했고, 이 전 총리는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일부 유족은 "총리는 무슨 총리…" "나가라"며 이 전 총리를 성토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4시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찾았고, 조문 후 유가족 30여 명이 모인 대기실을 방문했다. 한 유가족은 이 전 총리에게 "2008년 이천 물류창고 참사 당시에도 정부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한 달 동안 안전관리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분통 터진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유가족은 "이번 기회에 법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의원님이시니까"라며 "정치권에서 싸우느라 국민이 죽어간다. 왜 일을 안 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유가족은 "국회의원들은 사고가 터져야 선심 쓰듯 해준다.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저희에게 와준 분이 누가 있느냐"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정세균 총리가 다녀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고위 공직자들이 오기만 하고 똑같은 의견만 말한다. 대안을 갖고 오지 않는다"고 항의했고, 이 전 총리는 "저의 위치가 이렇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방지를 위한 법 개정이나 구체적 보상책 등을 기대했지만 이 전 총리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자 "이럴 거면 왜 왔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일반 조문객"이라고 답했다. "사람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다소 격앙된 분위기에서 한 유가족이 이 전 총리를 향해 "그럼 가라"고 하자 이 전 총리도 "가겠습니다"라며 분향소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