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멕시칸 식당을 운영하는 마가리타 베가씨는 최근 미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다. 직원 열한 명을 해고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 대출을 탕감해줄 예정이다. 코로나 때문에 식당 문을 못 여는 그는 집에서 쉬는 직원에게 정부 돈으로 8주 동안 임금을 줄 계획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부 지원이 끊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썼다.

일자리 SOS - 지난 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신종 코로나에 따른 봉쇄령 철회 요구 시위가 열린 가운데, 마스크를 쓴 채 딸과 함께 참가한 한 시위대원이 "에스오에스(SOS), 노동자는 기다릴 수 없다"고 적힌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코로나로 '실업 쓰나미'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진정되고 나서 두 번째 실업 충격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코로나 이후 신규 실업자 3000만명이 발생한 1차 실업 충격에 이어,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바로 실업자로 전락하는 '안 보이는(invisible) 실업자'들이 더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 마르크 벨 수석이코노미스트(유럽 부문)는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코로나에 타격을 받은 국가들은 경제활동 재개 이후 닥칠 2차 실업 충격을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며 "'안 보이는 실업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반투명 실업자'가 되고 진짜 실업자로 고착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규직 3억500만명만큼의 노동시간 '증발'

미국 등의 1차 코로나 실업 충격 때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일자리를 잃거나 강제 무급 휴직을 해야 했던 이들이 많았다. 실업 통계에 잘 잡히지 않지만 코로나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 곧 '공식 실업자'가 될 '투명 실업자'가 2차 충격의 진앙(震央)이 될 조짐이다. 정부 취업 보조금 덕에 간신히 '자리'를 보전 중이거나 '일자리 나누기'(짧게 일하고 돈을 덜 받으면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노동시간이 크게 줄어든 이들이 위험군(群)이다. 코로나 침체가 장기화하면 이들이 일자리 시장으로 온전히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FT에 따르면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5국의 취업자 중 5분의 1인 3000만명이 정부 보조금 덕분에 실업을 면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의 일자리 나누기인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 '쇼마주파시엘 (chomage partiel)'에 참여 중인 취업자는 각각 1000만, 1100만명에 달한다. 두 나라 경제활동인구의 20%, 25%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달 말 발표한 '코로나와 세계 일자리' 보고서에 "코로나 록다운(경제활동 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2분기 전 세계 노동시간이 10.5% 감소할 전망"이라며 "약 3억500만명의 풀타임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에 맞먹는 노동시간이 사라진 셈"이라고 전했다.

◇한국도 "이참에 인력 재편" 움직임

한국도 코로나 여파로 인한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가동 중이다. 기업이 해고 대신 휴업·휴직을 실시할 때 정부가 수당을 보조해주는 고용 유지 지원금을 확대했다. 휴업·휴직 수당의 최대 75%였던 정부 지원금을 90%로 늘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위기를 맞은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휴직 등을 인력 및 업무 구조 재편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 여행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 '제로(0)'가 되면서 전 직원의 80%가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A 여행사는 인력이 덜 필요한 온라인 중심의 업무 구조를 설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이 마련되면 결국 기존 직원을 계속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에서 관광호텔을 하는 B(47) 대표는 휴업과 동시에 직원 열두 명에게 무급 휴가를 줬다. B 대표는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요즘은 그 말을 지킬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달 수출 중소기업 33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9.8%가 코로나로 유급·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 업계가 52.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섬유(42.9%), 석유화학(32.5%) 순이었다. 중소기업연구원 박재성 연구위원은 "고용 시장은 한번 줄어들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특별 고용 지원 업종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