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에 성공한 미래통합당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이 4일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이명수(4선·충남 아산갑), 김태흠(3선·충남 보령·서천) 의원에 이은 세 번째 출마다. 이로써 사흘 앞으로 다가온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8일)은 일단 영남 대 충청의 지역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아직 수도권에선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이 없다. 일각에선 "영남당, 충청당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경북(TK) 지역 최다 선(選)인 주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180석 거대 여당 앞에서 첫 통합당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면서도 "치밀하고 집요한 대여(對與) 협상으로 압도적 수적 열세를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원내대표 경쟁에 나선 두 충청권 의원은 새 당대표를 뽑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강파'을 내세웠다.

반면 주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쪽이다. 주 의원은 수도권·충청권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 후보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영남권 중진인 김기현(4선·울산 남을) 당선자,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 의원의 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권 출신인 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선자는 막판까지 원내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조 당선자는 "원내대표 출마 결심은 섰지만, 아직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를 구하지 못했다"며 "저와 함께할 당선자가 정해지는 대로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조 당선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영남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당내에서는 "21대 통합당 당선자 가운데 66.6%(56명)를 차지하는 영남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非)영남권 후보들은 영남권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러닝메이트를 맡아달라"고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TK 의원은 "비영남권 후보를 도와줬다간 지역 유권자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면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새 원내 지도부가 영남에서 배출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참패로 제기됐던 '영남 지역당'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통합당 수도권 의원은 "유권자가 가장 많은 수도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는데, TK 출신들을 중심으로 당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원내대표 후보 등록일(6~7일)을 이틀 앞둔 이날까지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수도권 의원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수도권 중진 가운데 유일하게 원내대표 출마를 막판까지 고심하는 사람은 권영세(4선·서울 용산) 당선자다. 그는 조해진 당선자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당선자는 본지 통화에서 "수도권·중도층으로 보수가 전환할 수 있도록 체질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