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72~203)=이번 대회 아마 선발전을 통과한 8명은 부푼 꿈을 안고 프로 예선(국내 선발전)에 합류했지만 1명의 본선 진출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의현과 송민혁이 프로의 숲을 뚫고 조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박신영과 조성호도 8강까지 진격했다. 반면 김윤태·강재우·최원진·김다빈은 첫 관문서부터 막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 보 좌하귀에서 흑이 기자쟁선(棄子爭先) 수법으로 선수를 뽑아 우상귀에 먼저 손을 돌린 것이 승부를 가르는 결정타가 됐다. 백의 입장에선 마지막 승부처에서 입은 타격이 그만큼 컸다는 뜻. 172 때 173도 용의주도한 정수다. 자칫 참고도 1로 따내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만 이하 6까지 중앙에서 잃는 게 더 많다. 이 수순이라면 흑은 매우 미세한 계가로 쫓겼을 것이다.

백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180이 예리한 치중. 194까지 흑 3점을 잡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203을 허용해선 벌어진 거리를 더 이상 메울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 바둑은 251수까지 이어져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계가를 한다면 10집이 넘는 차이였다. 204수 이후는 무의미하므로 여기서 줄인다.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