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학생 된 아들이 자기를 가르치려 한다며 어머니가 속상해한다. 잘 소통하려고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했는데 오히려 자기를 무시하니 허무한 마음마저 든다는 것이다.

변증법(辨證法)을 심리 치료에 접목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너는 변해야 해'란 정(正)의 주장에 '아니야 변하기 어려운 부분이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자'란 반론(反論)을 합(合)해서 변화와 수용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정반합의 변증법을 관계 갈등 해결에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관계의 변화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족 갈등 해결하는 데 서로에게 변했으면 하는 요구 사항을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평하게 하나씩 정하고 변화를 굳게 약속하는 방법이 있다. 양쪽이 약속대로 변하면 훌륭한 방법인데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나는 변했는데 상대방은 그대로이거나, 서로 변했어도 지속되지 않을 때 관계에 대한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도 차이만 있지 자녀와 소통하기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부모라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제일 어려운 관계가 내가 더 사랑하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부모들은 가슴에 와 닿는다. 야단쳐도 속상하고 꾹 참자니 이 또한 걱정되고 쉽지 않다. 거기에 세대 차이까지 나니 눈높이 소통이 어렵다.

부모의 훈육, 중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변화에 대한 조언은 저항감을 일으켜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학생 아들이 나를 가르치는 것, 기분 나쁘고 야단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내가 잘 키웠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엄마의 사랑을 믿기에 자녀는 세상에서 젤 똑똑한 듯한 자아의 부풀림을 뽐내는 것이다. '아들 많이 컸네. 엄마보다 낫다'고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소통이 때론 필요하다. 자녀들이 부모가 되면 느낄 것이다, 어머니의 소통이 훌륭했구나, 감사하다고. 수용이 때가 되면 변화의 동기가 될 수 있다.

최고의 수용은 칭찬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긍정 탐구’라는 가족 놀이를 추천한다. 할아버지와 손자, 엄마와 아들 등 짝을 이룬 다음 ‘우리 가족의 강점과 즐거웠던 순간’에 대해 서로가 인터뷰어가 되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는 것이다. 문제 해결 중심 소통에 익숙하다 보니 가족의 장점에 대해 질문하면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가족의 장점을 발견하고 긍정 에너지를 충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