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스포츠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방영된 KBO리그 ‘화상 미디어데이’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 같이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하고 각자 자신들의 홈 경기장에서 화상을 통해 대화를 하다 보니 흐름이 자주 끊겼다. SK 주장 최정은 화상 연결이 끊어지며 미디어데이 도중 사라지기도 했다.

각 팀의 공약을 내세우는 시간에도 “추후 상의하겠다” “운영팀에 부탁해 큰 선물을 하겠다” “적절한 시기에 팬들에게 공모를 받겠다”는 등 아직 구체적인 준비가 안 된 팀들이 많았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공약은 삼성 주장 박해민(30)이 내세운 ‘힐링캠프 공약’이었다.

올해 삼성 캡틴을 맡은 박해민.

박해민은 이날 화면을 통해 만난 10개 팀 주장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30세로 유일한 1990년대생이었다. 하지만 가장 속 깊은 공약을 꺼내놓았다.

박해민이 제시한 올 시즌 삼성의 목표는 4위. 2016년 삼성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9·9·6·8위를 하며 한 번도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탓에 “홈 구장에서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포부다. 4위를 하면 홈에서 1승을 안고 5위 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박해민은 “많은 의료진의 노력 덕분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프로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4강 목표를 이루면 고생하신 의료진을 모시고 1박 2일 힐링캠프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낸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한 팀의 주장다운 멋진 공약이었다. 야구팬들도 “삼성 팬은 아니지만 감동했다” “이런 게 공약이다” “멋지다 캡틴” 등의 반응을 보였다.

25일 한화전에 나선 박해민.

강민호로부터 캡틴 자리를 물려받은 박해민은 이번 시즌 반등을 꿈꾸고 있다. 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전 경기에 출장 중인 박해민은 2019시즌엔 타율 0.239, 44타점으로 부진했다. 주전 중견수로 수비는 좋지만 방망이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았다.

올해 연습경기에서도 앞선 5경기에서 16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그러다 롯데와 벌인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박해민이 팀의 핵심이며 올 시즌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데이에서 주장의 품격을 보여준 박해민은 올해 다시 살아난 모습으로 삼성을 5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