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도주가 떨어진 만큼 오를까, 아니면 새로운 대세가 굳어질까."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선 개미와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가 엇갈렸다. 개미는 대형 우량주 위주로 많이 샀지만, 외국인은 대형주를 팔고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제약·바이오주로 대거 갈아탔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반등장의 성과만 보면 외국인이 산 종목 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개미들은 이번 급락장에서 '기존 주도주가 떨어진 만큼 많이 오를 것'에 베팅했다. 과거 증시에 대형 위기가 몰아닥쳤을 때 이런 공식은 성립했을까.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를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진 않았다'였다.

과거 '생존주'가 '주도주'로 탈바꿈

과거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같은 굵직한 위기가 지나간 뒤엔 증시 판도도 바뀌었다. 경제 위기 전후로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주도산업이 달라졌고, 이에 증시 지형도 새롭게 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외환 위기는 정부 주도 기업들이 물러나고 성장성이 높은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주도주로 부상하는 전환점이었다. 외환 위기가 터지기 전인 1996년 말 국내 증시에선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포항제철(현재 포스코)이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3년 뒤 1999년 말에는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은 각각 5위와 7위로 내려앉았다. '닷컴 열풍'에 힘입어 한국통신공사(현 KT·1위)와 SK텔레콤(4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8위),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16위) 등 IT주가 주도주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는 IT 기업과 다른 업종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이 덩치를 키우며 증시를 이끈 반면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은 하향세를 보였다.

두 차례의 위기를 살펴보면, 낙폭이 컸던 주도주가 반드시 위기 전만큼 잘나갈 것으로 보장할 수 없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의 경우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들은 2009년 회복 국면에서도 주가 회복이 더뎠다"며 "위기 속에서도 주가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생존 기업들이 이후 주도주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 업종과 에너지 업종은 급락기(2008년 1~10월)에 각각 75.9%, 60.9% 떨어졌지만 주가 회복기(2009년 3~12월)에는 4.6%와 31.4%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이보다 덜 떨어졌던 소프트웨어(-49.2%)와 IT 하드웨어(-38.7%) 업종은 회복기에도 각각 51.8%, 106%씩 오르며 주도주로 부상했다.

"기업이익과 성장성이 핵심"

생존의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증시 전문가는 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이익 전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강한 성장성을 가진 주식들이 생존했고, 이후 주도주가 됐다고 했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강력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주식이 유망하다"면서 "올해와 내년 영업익 증가율이 높게 전망되고, 최근 급락장에서도 이익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되지 않은 종목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서 이런 생존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이오주와 언택트(비대면) 트렌드 관련 주다. 특히 코로나 진단 키트와 치료제 생산으로 인한 실적 기대감 등에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는 나 홀로 승승장구했다. 코스피·코스닥의 주요 300여 종목 가운데 산출하는 KRX300 헬스케어 업종 지수는 국내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종가와 비교해 지난 29일까지 14.6% 상승했다. KRX300(전체) 지수가 이 기간 14.4% 떨어지는 동안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것이다. 비대면·원격 생활양식이 확산되면서 향후에도 성장이 전망되는 인터넷주들도 선방했다. 같은 기간 KRX300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 지수는 1.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재만 연구원은 "내년도 매출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 중 이번 코로나 위기에도 주가가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삼성SDI,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을 대표 종목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