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黨·政·靑)은 노동절인 1일 일제히 노동계를 향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이날 정부·여당에 '전 국민 고용보험제' '전 국민 해고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왔다. 여권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계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지원한 양대 노총이 '총선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근로자의 날 메시지를 통해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주류로서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의 힘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에 있다"며 "연대와 협력으로 우월한 힘에 맞서 삶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노동자의 숙명"이라고 했다. 노동계가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 선언하면서, 그에 걸맞은 책임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노사정이 함께하는 연대와 협력"이라고 했다.

삼청동 곰탕집 찾은 文대통령 "주변 식당 많이 이용해달라"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곰탕집에서 참모들과 함께 점심을 하고 있다. 이날 휴가를 취소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걸어서 곰탕집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 가급적 주변 식당을 이용해 달라고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노총과 가진 정책협의회에서 "이제 노동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코로나 경제 위기에서) 중요한 건 고용 안정"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정·청 메시지는 일단 노동계도 고통 분담을 같이하고 대화에 응하면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이날 민주당과의 정책협의회 자리에서 "해고 남용 금지와 총 고용 보장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실천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는 해고 금지와 고용 보장 외에도 한국노총이 그동안 요구했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1년 미만 근무자 퇴직 급여 보장' 등이 담겼다. 한국노총은 공동선언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총선을 앞둔 지난 10일 정리 해고 요건 강화 등 친(親)노동 정책 실현을 조건으로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국민 해고 금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양대 노총이 대화에는 나서지 않고 요구 사항부터 제시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주노총은 기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하는 대화를 거부하고 따로 '원 포인트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정부에 제안해 정부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경사노위에 참여해 왔던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안에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할 특위를 설치하자고 했다. 노사정 대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대 노총의 기싸움이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