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은 동물원 운영진의 오랜 고민이다. 암수가 있어도 순조롭게 짝을 짓고 임신·출산해 종(種)을 보전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번식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동족 간 짝짓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고릴라는 죽은 수컷의 몸에서 정자를 추출해 인공수정까지 시도되기도 했다.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동물원 다산왕(多産王)이 최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 등장했다. 털이 없고 주름진 몸뚱어리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앞니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로 알려진 벌거숭이두더지쥐다. 서울대공원은 동물원 야행관에서 사육 중이던 벌거숭이두더지쥐 암컷이 지난 17일 새끼 11마리를 낳았다고 29일 밝혔다.

새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봉쇄된 실내 전시관에 있으며, 어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끼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 전담 사육사 말고는 접근이 금지돼 있다. 앞서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작년 9월과 1월에도 각각 13마리와 7마리가 태어났다. 16개월 새 31마리가 새로 태어난 것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포유동물은 한배에 낳는 새끼가 많아야 4마리 정도인데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다산은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동아프리카 사바나가 원산지인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인류의 숙원인 불로장생의 비밀을 풀어줄 동물로 통한다. 수명은 보통 설치류의 10~15배인 30년이고, 포유동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암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 속도도 느리다. 땅밑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 습성 때문에 눈은 퇴화해 거의 볼 수 없는 대신 심폐 기능이 극도로 발달해 산소가 없는 곳에서도 최대 18분까지 생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