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인 영국의 100세 노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위해 노력하는 영국 의료진을 돕자면서 시작한 모금운동이 480억원 넘는 성금이 모이면서 마무리됐다. 영국 BBC 등 현지 언론들은 예비역 육군 대위인 톰 무어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자신의 생일 파티를 열고 모금운동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피부암과 엉덩이 부상 치료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무어씨는 이달 초 현지 자선재단과 함께 '뒷마당 100회 걷기' 공약을 발표했다. 100세 생일을 기념해 왕복 25m인 뒷마당을 100번 걷는 조건으로 1000파운드(약 150만원)를 모금하겠다는 내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영국인 톰 무어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영국 베드퍼드셔주의 자택에서 자신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여 화답하고 있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한 달 만에 3200만파운드(약 480억원)가 넘는 성금이 모였던 것이다. 무어씨는 성금을 모두 NHS(영국 국가보건서비스) 의료진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무어씨의 집 인근에 있는 베드퍼드셔의 한 학교에는 수많은 펜레터가 답지했다. 무어씨가 100번째 걷기 행사를 진행했던 지난 16일 그의 집에선 육군 장병들이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BBC 등 현지 방송사들이 찾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30일 생일 파티에서 영국 정부와 국민들은 100세 노병(老兵)에게 최상의 존경을 표했다. 영국 공군은 생일 파티가 열리는 시각 전투기를 보내 무어씨의 자택 위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화상 축하 메시지를 통해 "당신의 영웅적인 노력은 국가의 정신을 드높였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무어씨에게 생일 축하 카드를 보냈다. 마크 칼턴스미스 영국 참모총장은 무어씨를 명예 대령으로 진급시키며 "그의 성숙한 지혜와 간결한 태도,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는 노소(老少)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30일 런던 피커딜리서커스에 톰 무어씨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광고가 떴다.

생일 파티에서 무어씨는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내게 해준 것이 대단한 것"이라며 "100세 생일을 맞아 대중이 내게 보여준 관심과 관대함에 압도됐다"고 말했다.

1920년 4월 30일 영국 요크셔 인근 키슬리에서 태어난 무어씨는 2차 대전에 참전해 인도와 미얀마에서 전투를 치렀다. 지난 2018년에는 머리 부분 피부암과 낙상(落傷)으로 인한 엉덩이 부상으로 투병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으로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 17만2478명, 사망자 2만6842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