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프로야구 정규리그 1위는 극적으로 가려졌다. 1982년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두 팀이 공동 선두로 일정을 마친 것이다. 당시 두산과 SK가 나란히 승률 0.615(88승1무55패)를 거뒀다. 당시 규정으로는 승률이 같은 두 팀이 상대 전적, 다득점, 전년도 순위를 따져서 승자를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두산은 SK와의 시즌 상대 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섰기 때문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상대 전적 규정을 적용해 1·2위가 결정되는 초유의 진기록이 탄생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직행,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키움에 4연승을 거두고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SK는 후반기 한때 두산에 승차 9.5경기까지 앞서며 독주하다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정규리그 2위 자격으로 나선 플레이오프에선 3위 키움에 3연패 당하며 무너졌다.

최근 염경엽 SK 감독은 "작년 정규리그에서 88승을 한 것이 실패는 아니지만 자력으로 1등을 할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핑계밖에 안 된다. 모두 감독인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SK는 작년 9월 30일, 두산은 이튿날인 10월 1일에 마지막 144번째 경기를 치렀다. 원칙적으로는 10개 구단이 같은 날 경기를 하면서 정규리그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KBO가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를 시즌 막판 편성하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일정 조율을 하지 못했다. 막판 선두 다툼이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는 두산이 정규리그 1위를 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만약 두산이 마지막 경기를 지거나 비겼더라면 SK는 숙소에서 1위를 자축하는 촌극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앞으로는 작년의 SK 같은 사례가 없어진다. 올해부터는 승률이 같은 공동 선두 두 팀이 나올 경우, 와일드카드 결정전 전날 단판 승부로 1위를 결정한다. 공동 1위가 세 팀 이상이면 종전처럼 상대 전적과 다득점, 전년도 성적을 적용한다.

이 밖에도 올 시즌 몇 가지 달라지는 규정이 있다. 작년까지 경기 중 외야수만 사용했던 '상대 전력 분석 페이퍼'는 이제 투수 외의 모든 선수가 쓸 수 있다. 1군 엔트리(28명 등록, 26명 출장)도 종전(27명 등록, 25명 출장)보다 1명씩 늘었다. 외국인 선수도 경기당 3명(종전 2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단, 3명이 모두 같은 포지션이면 안 된다. 신설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는 최대 30일까지 엔트리에서 빠지더라도 등록 일수를 인정받는다.

7~8월 일요일·공휴일 경기 시작 시각은 오후 6시에서 오후 5시로 앞당겨졌다. 비디오 판독 시간도 5분에서 3분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