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짝짓기 도감ㅣ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ㅣ앙케 쿨 그림ㅣ박종대 옮김ㅣ탐ㅣ1만5000원 온몸이 붉은색 깃털로 뒤덮인 플라밍고. 평소에도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이들은 짝을 구해야 할 시기가 되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한 몸이 된다. 수컷 한 마리가 길고 늘씬한 목을 꼿꼿이 세우고 첫걸음을 떼면 다른 수컷들도 똑같이 움직이는데, 박자에 맞춰 왼쪽으로 다섯 걸음, 오른쪽으로 다섯 걸음, 날개를 한번 퍼덕이곤 절도 있게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린다. 그러곤 무게중심을 다른 발로 옮긴 뒤 처음부터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다. 플라밍고 수컷들의 장밋빛 ‘구애 군무(群舞)’다.

"동물도 사랑을 하나요? 새끼는 어떻게 낳아요? 동성애를 하는 동물도 있나요?" 독일의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어느덧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이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의 성과 임신, 출산에 대해서도 질문을 퍼붓자 이 책을 썼다. 자신을 똑닮은 '후손'을 남김으로써 자발적 진화의 굴레를 덮어쓰려는 욕망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임을 보여주는 과학책이다.

흥미 위주로 짝짓기를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동물 175종이 자기 유전자를 한 가닥이라도 남기려고 번식부터 육아까지 얼마나 열심히 춤추고 싸우고 속이고 분투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가르랑거리듯 노래하며 암컷을 유혹하는 혹등고래와 17년 만에 한 번 짝짓기를 하고선 죽는 매미, 암수가 영원히 한 몸이 되는 심해 아귀 등 세상에는 수많은 동물이 살고 있고, 생명을 남기는 경이로움은 가지각색이다. 구체적 설명과 삽화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