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정 스리랑카를 사랑하는 사람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행기로 하늘을 날며 설렘을 만끽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편안한 셔츠 위에 가볍게 숄을 걸치고 호텔 로비를 한가롭게 거니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이국적 정취에 젖거나 다양한 여행자들이 모인 관광지의 핫한 분위기를 느껴 보고픈 마음도 한몫을 차지한다. 어느 이유 하나 최고가 아닌 것이 없다. 왜냐하면 여행하는 이유는 방문하는 곳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한번 방문했다가 열두 번을 찾게 된 스리랑카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피두랑갈라의 일출과 히카두와의 석양이 아름다워서이긴 했다. 아누라다푸라의 유적과 카타라가마의 사원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연 최고의 이유는 '사람'이었다. 그들에게는 이상한 끌림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 말하며 스리랑카를 십수 회 찾았고, 방문객들과 스리랑카가 참 징글징글하게 좋지 않으냐는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스리랑카주의자'가 되었다.

'나는 스리랑카주의자입니다'(김영사)에는 맛집이나 숙소에 대한 정보를 구구절절 담지는 않았다 . 그보다는 3년간 스리랑카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스리랑카의 역사, 종교, 문화, 철학, 기후, 지리, 환경, 사람 등을 소개했다. 준비 기간이 3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그사이 바뀐 스리랑카의 경제, 사회적 상황을 부분 부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스리랑카를 인문학 관점에서 접근한 이 책을 약간 무게감 있는 여행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리랑카를 여행하고 책으로 엮는 동안 인생은 한결 가벼워졌다. 온갖 규칙과 절제 속에 가둬둔 생각을 풀어놓자 삶이 자유롭게 숨 쉬기 시작했다. 다른 ‘여행의 이유’가 나를 더 이상 유혹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