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압승 후 "코로나 사태 극복이 우선"이라며 경제 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헌론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 이용선 당선자가 29일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30일에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원 포인트 개헌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 후 첫 지도부 회의에서 지금은 코로나 사태와 그로 인한 위기 극복이 우선이라며 조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문재인 정권과 여당이 21대 국회에서 추진하려는 제1 정치 어젠다가 개헌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본회의를 한 차례 열어 '원 포인트 개헌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가 거론한 '원 포인트 개헌안'은 '국민 발안권(發案權)'을 도입하는 개헌안이다. 현재 '재적 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 제안'으로 한정된 개헌안 발의 요건에 '국민 100만명 이상'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개헌안은 사회단체 25곳이 참여한 '국민개헌발안연대'가 발의를 추진했고 이에 동의한 민주당 강창일·미래통합당 김무성 등 여야 의원 148명 명의로 지난 3월 6일 발의됐다. 이 개헌안은 헌법에 따라 5월 10일까지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그런 만큼 그 전에 본회의를 열어 표결하자는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날 "헌법 개정안 의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5월 8일 본회의 소집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의 반대론자들은 "여권이 개헌 드라이브를 걸려는 서막 같다"고 했다. 설령 원 포인트 개헌안 의결에 실패하더라도 '천막 안에 코를 들이민 낙타'처럼 개헌 논의를 촉발, 여론전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국민 100만명이 모여 개헌을 발의할 길을 열어주면 특정 정파가 원하는 개헌안을 '국민 이름'으로 발의해 반대 정파의 저지를 뚫고 개헌 논의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이 개헌안을 추진한 국민개헌발안연대에는 조합원 100만명이 넘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조직 동원력으로 볼 때 민노총 등이 발안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경우 토지공개념, 이익공유제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개헌안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일 총선 후 처음 열린 당 지도부 회의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국난과 경제 위기 타개"라며 현시점에서 개헌 논의가 점화하는 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집권 세력 핵심부에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가 200석 찬성이 필요한 개헌을 위해 제1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시기를 조정하는 것일 뿐이란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권 핵심부의 의중을 잘 아는 인사가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하더라"고 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20대 국회에 개헌안을 발의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총리도 지난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송영길 의원도 그날 언론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여권이 개헌을 공식 의제로 들고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8월 전당대회 때 당권 주자들이 개헌을 들고나올 공산이 크고 연말이나 내년 초면 국회 차원의 논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관건은 권력 구조 개편만 다룰 것이냐, 기본권·경제·지방자치 조항까지 대규모로 손볼 것이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에서 대통령 연임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물론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새로 규정했다. 또 청와대 출신 이용선 당선자가 지난 29일 '토지공개념 개헌'을 주장하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 등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개헌론이 권력 구조 문제를 넘어 제헌헌법이 도입한 사회체제의 근간을 변경하는 수준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