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1주년, 첼로 거장의 연주

지난해 판문점에서 연주해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첼리스트 거장 린 하렐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하렐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아들은 정확한 사인은 알지 못하지만, 심장질환이 가족 내력이라고 전했다.

하렐은 음악가 집안 출신이다. 1944년 뉴욕 맨해튼에서 바이올리스트였던 어머니와 바리톤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8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흥미는 없었다. 어느날 실내악을 접한 뒤 첼로에 매료됐다. 이후 댈러스 교향악단의 수석 첼리스트인 레프 애런슨 등을 사사했다.

1961년 거장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을 통해 데뷔했다. 1962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 입단했고, 3년 만에 수석이 됐다. 불과 그의 나이는 스무살이었다. 이후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고 일흔이 넘은 최근까지도 독주활동 뿐만 아니라 실내악 연주자, 지휘자, 교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1975년 에이버리 피셔상의 첫 수상자로 미국 첼로계의 얼굴로 통했다. 이작 펄만,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와 녹음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엔젤/EMI) 음반과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엔젤/EMI)로 그래미상을 두 차례 받았다.

하렐은 평소 첼로의 음색을 사람의 목소리에 비유해왔다. 그는 1982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첼로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모든 음역을 망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첼로가 왜소해보일 정도로 키와 덩치가 컸던 그를 가리켜 오랜 친구인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은 성명을 통해 "첼로의 큰 곰이 사라졌다"고 애도했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음악과 하나가 돼 있고, 언제든 당신과 협력하기를 열망한다는 것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도 수차례 내한,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과 협연했다. 특히 2017년 1월 거장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한 서울시향과 협연에서 연주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그의 품성에 따라 담백하고 따듯했다.

6·25 한국전쟁에서 지인을 잃은 아름도 있는 하렐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연주했다. 평화를 바라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번 프렐류드를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