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루크 동커볼케(55)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지난 29일 사임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 업계에선 “대체 왜”라는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수퍼카 람보르기니,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한 그는 2015년 11월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으로 영입됐다. 현대차는 그해 출범시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를 벤틀리에서 전격 스카웃했다.

루크 동커볼케 전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

한 차종의 완전 변경 모델이 나오기까지 통상 4~5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나오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신차들이 바로 동커볼케의 작품이다. 최근 출시된 신형 쏘나타, 신형 그랜저(부분변경), 신형 아반떼 등 모두 현대차 디자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 중 절정으로 꼽히는 차는 지난달 출시된 제네시스 ‘올 뉴 G80’이다. 이 차는 해외 언론에서 ‘말도 안되게 멋진 차’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 계약 첫날에만 2만대의 주문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엔 기아차 디자인까지 맡아 기아차 신차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에는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에게 수여되는 ‘오토 베스트’ 디자인 부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는 신형 제네시스 G80

임원들이 사직하는 이유는 대부분 둘 중 하나다. 실적 부진에 따른 회사의 압박 또는 더 좋은 곳으로의 이직이다. 그는 둘 다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밝힌 그의 공식 사임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이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회사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가족들은 독일에 두고 한국에 혼자 거주하며 일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그는 아직까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5년간 후회 없이 일을 했고 멋진 성과도 냈으니 박수칠 때 떠나면서 한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떠나면서 “현대, 기아, 제네시스 디자인의 미래를 설계하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며 행운이었다”면서 “이들 브랜드의 대담하고 진취적인 정신은 제가 경계를 허물고 한계에 도전하는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상적인 디자인 조직의 구성, 미래 디자인 DNA 구축, 디자인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신뢰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구성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루크 동커볼케 전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 2017년 G70 신차 발표 당시 모습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탈바꿈시킨 탁월한 리더로,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이 떠나면서 디자인부문은 현대디자인담당 이상엽 전무와 기아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전무 체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