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9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인근 체육관에는 유가족을 위한 대기실이 꾸려졌다. 100평 남짓한 체육관에는 이날 밤늦게까지 50여 명이 모여 현장에서 일하던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기다렸다. 이날 발견된 시신 대부분은 심하게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일부 가족들은 "내 가족은 살아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기진맥진한 듯 울음을 터뜨리는 가족도 있었다. 사망자 38명 중 2명은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됐다. 1명은 불법 체류자로 추정된다. 부상자 10명은 전원 한국인이었다.

이날 사고를 당한 근로자 중에는 2층에서 함께 일하던 아버지와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달려왔다는 이선미(가명)씨는 남동생 이모(61)씨와 조카 이모(35)씨가 동시에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부자(父子)는 불이 나자 동시에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들은 골절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아들 이씨는 소방 당국에 "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구급대원에게 실려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쯤 대기실에서 만난 조모씨는 아들 조모(35)씨를 찾아 충북 음성에서 달려왔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아들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조씨는 "확인될 때까지는 믿을 수 없다"며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심모씨 남매는 불안에 지쳐 흐느끼고 있었다. 남매 중 한 명인 심유라씨는 "제가 찾는 사람 이름은 심○○이다. 67년생이다. 찾아야 한다"며 소방 관계자들을 붙잡고 호소했다. 옆에 있던 남성은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라며 달랬다.

가족들은 소방 당국의 어설픈 대응에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날 오후 6시 현장 브리핑 도중 자신을 "유족"이라고 표현한 50대 남성은 "여기 유족 대응팀이 하나도 없다고! 누가 어디로 이송됐는지 알려달라고!"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남성의 자형(姉兄)이 현장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시공사인 건우의 최동명 전무는 이날 오후 8시 25분쯤 체육관을 찾아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최 전무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슬픔을 당한 유가족들에게 사죄드린다"며 "최선을 다해 책임감을 갖고 사고가 잘 수습되도록 책임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