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이성윤 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은 29일 MBC의 '검·언(檢言) 유착' 보도의 진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대해 "제반 이슈에 대해 빠짐없이 균형 있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MBC 보도는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유착돼 신라젠 전 대주주인 이철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여권 인사의 비리 자료를 내놓으라고 부당하게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MBC가 이 전 대표 측 제보를 일방적으로 보도한 데 이어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검찰'을 공격하는 과정을 놓고 '권·언(權言) 유착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전날 채널A만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MBC에 대해선 압수영장이 기각돼 압수수색을 못 했다는 게 수사팀 입장이지만, 애당초 부실한 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의 이날 공개 지시에는 그와 같은 불만이 담겼다는 관측이다. 윤 총장은 이날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대검은 밝혔다. 이에 앞서 윤 총장은 수사팀이 법원에 제출했던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의 내용,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MBC 관련 영장 내용에는 '신라젠 65억원 투자 의혹'의 당사자로 보도한 최경환 전 부총리의 고소 내용,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대표 측 제보자 지모(55)씨를 만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대신 MBC는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혐의 참고인으로만 적시됐다고 한다.

이날 윤 총장 지시를 두고 법조계에선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의 2차 충돌"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권 기류를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지검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된 여권 인사들의 기소 문제를 놓고 윤 총장에게 반기를 든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얼마 전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서울중앙지검에는 '검·언 유착', 명예훼손, 몰래카메라 등 세 부분을 균형 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걸로 안다"며 "그런데도 채널A만 수사하는 모양새가 되니 윤 총장으로선 황당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도 MBC가 보도한 '검찰 간부'가 자신의 측근 검사장으로 드러난다면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제보 자체가 윤석열 흠집 내기용 기획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채널A 기자에게 집요하게 '선처를 보장할 검찰 간부를 연결해 달라'고 요구했던 제보자 지씨는 친여 매체에서 '제보자X'로 활동하면서 윤 총장에 대해 극단적 반감을 표시해 왔던 인물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 당선자는 채널A 기자가 지씨에게 하지 않은 말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의혹을 부추겼다.

한편 수사팀은 29일 이틀째 채널A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채널A 기자들의 반발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추가로 투입된 검찰 수사관 15명은 1층 개찰구를 뛰어넘어 완력으로 개찰구를 연 뒤 보도본부가 있는 13층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기 중이던 채널A 기자들에게 가로막혀 압수수색을 집행하지 못했다. 전날 투입된 일부 수사팀은 철수하지 않은 채 채널A 회의실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만 압수수색을 한 것이 논란이 되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기법에 의해 선후 관계가 나뉜 것일 뿐 필요한 이는 모두 조사할 것"이라며, "MBC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는 검토해 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