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12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이 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됐다. 한 달 전 정부·여당이 '소득 하위 70% 지급'을 결정했으나 총선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바뀌면서 혼선을 빚었다. 위기 대응엔 속도가 중요한데 결론을 내리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방만한 재정 지출을 견제해야 할 야당마저 포퓰리즘 경쟁을 벌였다. 취약 계층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까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고 이런 데 돈을 아껴선 안 된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 처음 정부가 계획했던 소득 하위 50%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으면 벌써 끝났을 일이다.

재난지원금 문제로 골몰하는 사이에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위기는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실업 대란과 기업 줄도산, 산업 생태계 붕괴 등에 비하면 재난지원금은 지엽적 사안이다. 이미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생산·수출·고용 등 경제 각 분야에 쓰나미처럼 들이닥치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1.4%로 하락하고 3월 서비스업 생산은 4.4%나 줄어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4월 수출액은 27%나 줄었고, 4월 사업체 종사자 수는 1년 전보다 무려 22만여 명 감소했다. 음식·숙박, 교육 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일자리가 10만개 이상씩 사라졌다. 기업 심리 지표인 4월 기업 경기 실사지수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소비자 심리 지수도 3·4월 두 달간 무려 26포인트나 떨어졌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이런 경제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다.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가장 핵심적 대응은 주력 산업과 기업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성장도, 민생도, 고용도 살아날 수 없다. 경제 부총리 주도의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가 어제 첫 회의에서 내놓은 '10대 산업 규제 혁신 방안'은 방향 자체는 맞지만 내용은 실망스럽다. 데이터·인공지능·모빌리티·헬스케어 등에서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인데, 대부분 과거 규제 개선 방안에서 발표된 것을 재탕해 모은 것이었다. 내국인 도심 숙박 공유 사업 허용은 작년 1월 기재부가 발표했지만, 각계 반대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인 사안이다. 그동안 정부가 하려는 의지가 없어 못했던 것인데, 위기 앞에서도 또 하는 시늉만 하려는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야당 탓, 이익 단체 탓을 대며 넘어갔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다. 180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이 마음먹으면 어떤 개혁 과제든 다 실행할 수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주 52시간제 보완부터 직무급 도입을 비롯한 노동 개혁, 원격의료 도입, 공유차량 산업 육성 같은 굵직한 혁신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끝났다. 정말 본질적인 위기 대응에 정책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