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할머니와 초등학생 손자가 자택 장롱 속에서 비닐에 싸인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점은 2개월 전. 경찰은 할머니의 아들이자 손자의 아버지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뒤를 쫓고 있다.

2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빌라 2층 집에 사건 현장임을 알리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전날 이 집 장롱 안에서는 비닐에 싸인 할머니와 손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7일 동작구 상도동 한 빌라 2층 집에서 70대 할머니 A씨와 손자 B군의 시신이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27일 “시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 큰며느리의 신고로 출동했다.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장롱 안에서 비닐에 싸여 있는 두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약 2개월 전 베개 등으로 얼굴을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이 지목한 유력 용의자는 A씨의 둘째 아들이자 B군의 아빠인 40대 남성 C씨다. C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밖에서 모친·아들과는 따로 살았다.

사건이 드러나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인 B군의 온라인 개학이었다. B군이 온라인 수업에 불참하자 학교 측은 B군 숙모에게 연락했고, 그가 시동생 C씨에게 “B가 수업에 안 나간다던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B군 숙모는 시어머니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C씨는 형수로부터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직후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했다.

이웃들은 A씨에 대해 “아들 둘이 있었지만 따로 용돈을 받지는 않고, 오히려 A씨가 아들들을 금전적으로 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큰아들은 왕래가 잦아 효자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둘째(C씨)는 자주 보지 못했다”고 했다. “A씨가 사별한 남편의 집에 세를 놓고 그 돈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