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경제부 부장

19세기 최고의 사회사상가 카를 마르크스(1818~1883)와 현재 세계 최고 부자 그룹에 속하는 워런 버핏(1930~ )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112년의 간격을 두고 태어난 두 사람은 차이점이 매우 많다. 마르크스는 학자이자 노동운동가였다. 고향인 독일을 떠나 런던에 망명한 뒤 가난에 찌들어 가며 자본주의와 자본가를 비판하는 '자본론'을 썼다. 반면 버핏은 평생 대부분을 고향인 미국 오마하에 은거하며 투자자와 자본가로 활동했다. 그는 매년 수만 명이 몰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자본가들의 우드스톡 축제'라고 이름 붙인다.

두 사람을 역사적 인물로 만든 핵심 이론도 외견상 상당히 다르다. 마르크스 이론의 양대 축은 잉여가치 이론과 역사적 유물론. 이 중 잉여가치(Mehrwert) 이론은 노동자가 생산한 생산물의 일부가 무상으로 자본가에게 이전되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논리이다. 반면 버핏 투자법의 핵심 개념은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배운 내재적 기업 가치(intrinsic business value)이다. 한 기업은 고유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이 가치를 제대로 찾아내는 능력이 투자 성공의 관건이다.

외견상 차이에도 두 사람 이론에는 매우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론을 전개할 때 적용한 현상(Erscheinung)과 본질(Wesen)의 변증법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구성 요소인 상품을 분석하기 위해 가치(Wert·본질)와 가격(Preis·현상)을 나눠 생각한다. 예컨대 노동자는 자본가와 공정하게 보이는 임금(노동력의 가격) 계약을 맺지만, 임금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지닌 상품을 생산해 자본가에게 넘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잉여가치 이전을 알아채지 못한다. 실생활에서는 가치가 아니라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버핏도 가치(value)와 가격(price)을 분리한다. 기업은 유형자산과 브랜드 가치 등 고유한 내재 가치를 갖고 있다. 반면 기업의 내재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가격에 따라 거래된다. 그는 내재 가치를 잘 계산한 뒤 주식 가격이 내재 가치보다 높으면 팔고, 낮으면 샀다. 두 사람 모두 가격과 가치의 격차는 모순이며, 사회나 시장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봤다.

마르크스와 버핏은 자본(기업)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며 평생을 보냈다. 시대 상황과 문제의식이 달라 공산주의 혁명(마르크스)과 복리(複利) 마술의 활용(버핏)이라는 상반된 길을 갔다. 하지만 이들이 현실을 분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도출한 과정을 추적해보면 두 사람 모두 2300여년 전 이데아(본질)와 그림자(현상)를 분리했던 플라톤(BC 427~BC 347)의 후예이다. 10년, 100년, 1000년 기업도 경영 기법의 핵심은 거의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