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최대 18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600만명의 단기근로자가 이번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힘 밤바흐 유럽경제연구센터(ZEW) 센터장은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독일 대량 실업 위기를 강조했다. 밤바흐 센터장은 "독일경제연구소 등 여러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독일 국가 예산은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독일의 202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약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위기는 데이터로도 알 수 있다. ZEW가 최근 발표한 3월 경기기대지수는 전달보다 58.2포인트 하락한 마이너스 49.5를 기록했다. 이는 1991년 12월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수치가 0 이상이면 향후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란 뜻이지만, 0 미만이면 비관적이란 뜻이다. 경기기대지수 설문 조사에 응한 약 350곳의 독일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이 독일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단 얘기다.
밤바흐 센터장은 "독일은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지불하는 방식의 단기근로자 수당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단기근로자 수당 등이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독일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단기근로자 수당을 통해서 금융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며 "이번 금전적 지원은 정부 직접 지급식이고 단순 '헬리콥터 머니(시장에 돈을 살포하는 방식의 경기 부양책)'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경제 위기는 코로나 사태 전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다. 독일산업연맹은 2020년 1분기 보고서에서 "독일이 동서독 통일 이래 최장 경기 침체 국면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작년 11월 독일의 2020년 GDP 성장률을 0.4% 수준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유럽의 대표로 꼽히는 독일이 무너질 경우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유럽연합(EU)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하지만 밤바흐 센터장은 EU 해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물론 EU가 이번 위기에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면서도 "EU는 단순히 경제 협력 기구가 아니라 EU 국민의 삶이 이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EU가 흔들릴 수는 있어도 이번 코로나 사태와 브렉시트 등으로 해체될 일은 없다고 본다"고 못 박았다.
글로벌 교역 더 활발해질 것
밤바흐 센터장은 유로존의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코로나 사태 국면이 계속 이어져서다. 밤바흐 센터장은 "전 세계와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밤바흐 센터장은 코로나 사태 대응책으로 중앙정부와 지역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력을 조언했다. "독일 정부는 질병 통제를 담당하는 독일 기관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와 베를린의 대학병원 등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우선적으로 나서기보다 지역 전문가들을 믿고 협력해야 전염병 감염 곡선을 평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밤바흐 센터장은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면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이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많은 국가가 전염병 예방을 위해 국경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전혀 반대 상황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에는 배송 시간도 중요하지만, 결국 '배송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독일 자동차업계 상황을 들여다보면 유럽 내 배송은 불가능한데 아시아 지역과의 배송은 원활합니다." 그는 "이번과 같은 위기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독일 출고 후 프랑스 도착'처럼 지금의 단일화된 무역 노선이 아니라 '독일 출고 후 중국 점검 후 프랑스 도착'의 우회적 배송 방식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노선이 다양해지면서 글로벌 무역이 여러 방면으로 활발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