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사진〉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전반에 대응하는 부산 성폭력상담소장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4월 말까지 사퇴한다'는 내용의 공증(公證) 작업은 문 대통령이 대표였던 법무법인 부산이 맡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야당은 "친문(親文) 성향 인사·조직들이 피해 여성을 울타리처럼 둘러싸 '오거돈 성추행' 관리에 나선 것이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희 부산 성폭력상담소장은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3일 부산시의회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 공개 지지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이 소장과 1200여 부산 여성계 인사는 지지선언문에서 "우리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소통의 선두에서 행복한 민주사회를 이룩하려는 문재인 후보의 가능성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 소장 등은 같은 날 '유권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자임하는 것은 여성운동의 역사에 무임승차하는 몰염치한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박정희 정권의 기생관광, 기지촌 성매매로 여성들의 성을 착취한 과거를 물려받은 반(反)여성적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미래통합당은 친여 성향이 강한 이 소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 전 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관여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소장이 이끄는 부산 성폭력상담소는 지난 7일 오 전 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직후부터 신고, 접수, 공증, 언론 대응 전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야당은 상담소 측이 '4월 말까지 시장직 사퇴'를 약속한 공증 서류 작성 업무를 법무법인 부산에 맡긴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부산'은 문 대통령이 1995년 7월 설립한 법무법인으로, 현재 대표인 정재성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정 변호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거돈 후보 측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거돈보다 이상한 쪽은 부산 성폭력상담소"라며 "상담소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가해'를 막겠다면 이렇게 정치색이 강한 법무법인은 당연히 피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닫힌 부산시장 관사 -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머물던 부산시장 관사 문이 27일 굳게 닫혀 있다. 오 전 시장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통합당은 '민주당 성추문 진상조사단'을 꾸려 여권의 사퇴 조율 의혹과 관련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오거돈 성추행 사건의 대응 전반이 친문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어째서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성폭력상담소장이 성추행 사건을 관리하고, 법무법인 부산이 나서 공증까지 했는지 청와대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사퇴 조율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오 전 시장 사퇴 당일까지도 성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해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문 인사들이 총선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사건을 인지했다면, 청와대·여당 핵심부에 보고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오 전 시장과 함께 물러난 장형철 정책수석보좌관은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다 부산시로 옮긴 인물이라, 비선(秘線)으로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만장일치로 오 전 시장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임채균 윤리심판원장은 "피해자 보호 문제가 있어서 제명 판단의 구체적인 경위는 말할 수 없다"면서 "오 전 시장이 별도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소명을) 포기했다"고 했다. 부산지방경찰청도 오 전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작년 말부터 불거졌던 통역 여직원에 대한 오 전 시장 성 추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