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퇴직 연구원 20여명이 지난 수년간 1인당 수만~수십만 건의 기밀 자료를 유출했다고 한다. 한 사람은 혼자 68만건을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이 68만건이나 되는 이유는 무기 관련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인 '소스 코드'가 대거 유출됐기 때문이다. 소스 코드가 공개되면 무기 프로그램의 구조·원리가 드러나게 된다. 유출된 자료에는 드론(무인기)과 군사용 인공지능(AI) 관련기술, 주요 무기 체계의 실제 운용 데이터 등 적성국은 물론 우방국들도 탐내는 기밀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기밀을 들고 민간 기업으로 옮긴 연구원들은 "퇴직 후 취업을 위해 기술을 빼내 가는 관행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1970년 설립된 ADD는 지난 50년간 소총부터 K-9 자주포까지 150종 이상의 무기를 개발했다. 최근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과 1500㎞ 순항미사일도 만들어 냈다. 올해 예산만 2조4000억원이 넘는다. 단순 연구소가 아니라 우리 국방 안보의 한 축이다. 그런데도 2014년에는 ADD 컴퓨터 3000여대가 해킹당해 무인정찰기와 대공미사일 관련 기밀이 빠져나갔다. ADD 현직 연구원이 해외 방산 업체에 레이더 기밀을 빼돌렸다가 구속된 적도 있다. 북한이나 중국이었으면 관련자 전원이 중형을 받았을 것이다.

최근 속출하는 국방 관련 사건·사고는 '황당' 수준을 넘고 있다. 육군 대령은 지휘관 의중을 파악하겠다며 기밀 시설인 지휘통제실을 3개월간 도청했다고 한다. 해군 호위함은 승조원이 승선하지 않은 사실도 모른 채 그냥 출항하기도 했다. 수십만 건의 무기 기밀까지 한 명의 내부자 손에 유출됐다. 안보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