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호텔의 철학자들
존 캐그 지음|전대호 옮김|필로소픽 280쪽|1만6000원
알프스는 니체의 철학적 고향이다. ‘인간은 심연 위에 놓인 밧줄’(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화두가 10년간 알프스 일대를 떠돌던 시기에 나왔다. 니체가 머물던 알프스 마을 질스-마리아에 유서 깊은 호텔이 있다. 헤르만 헤세를 비롯해 니체의 발자취를 따라온 추종자들이 거쳐 가며 ‘심연호텔’로 불린 곳이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철학 교수인 저자에겐 근처 ‘니체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니체가 하숙하던 이 작은 집을 니체에 빠졌던 열아홉 살 때 처음 찾았고, 치기 어린 자살 충동에 휩쓸려 실행 직전까지 간다. 17년 뒤 다시 알프스를 찾은 저자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했던 니체의 말을 곱씹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자아는 어딘가에 놓인 채로 우리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니체를 따라가는 순례의 길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낸 철학도의 성장 스토리다. 니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