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주가가 요동쳤다. 나스닥 시장에서 장중 -8.5%까지 폭락했다가 반등해 하락 폭을 줄이며 -4.3%로 마감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수로 공개한 초안 보고서를 인용,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고 보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길리어드가 "(중국에서 감염자가 줄어들면서 임상시험) 환자 확보를 못 해 연구를 중단한 것이지 실패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반등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이 시카고대학병원에서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하자 전 세계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코로나 치료제 후보인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효능에 대한 단편적인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세계 증시가 요동칠 정도다. 코로나 첫 치료제가 나올 경우 사태 진정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렘데시비르는 원래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임상 3상에서 실패한 약이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리어드는 신종 플루 치료제로 유명한 타미플루를 개발한 제약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입해 복제를 하려면 지퍼 올리듯 양쪽 유전자가 맞아들어야 하는데 렘데시비르는 이를 방해하는 약"이라고 말했다.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방지환 센터장은 "후보 중 렘데시비르가 그나마 가장 기대해볼 만한 약"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관계자는 24일 "빠르면 이달 내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다음 달에는 중간 정도 환자에 대한 3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많은 국가에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1~2건의 연구 결과로 약효를 단정해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이 실패한다면 치료제 개발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상황을 완전히 바꿔 놓는 것)'로 소개해 주목받은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물론이고,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 등은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의 적응증을 확대하려는 '약물 재창출'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약물 재창출 연구 7종, 항체·혈장치료제 13종 등 20종의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국내 치료제 개발 현황을 설명하면서 "임상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빠르면 연내에 임상시험이 끝나 효과적인 치료제와 치료 용량 등 진료 지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 예방 백신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단계가 임상 1상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임상 3상

신약은 동물 실험을 통과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3단계 임상 시험을 거친다. 1상은 수십명을 대상으로 주로 안전성을, 2상은 수백명 단위로 주로 효능을 검증한다. 3상은 수천명을 대상으로 장기 안전성과 약효를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