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설 노조가 노조 상근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무술 유단자 우대'를 조건으로 내건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모집 공고 내용을 보면 "박력 있는 노동조합 상근 간부를 모집한다"면서 월급 230만원과 차량 유지비를 지원하고 "무술 유단자, 키 180㎝ 이상, 몸무게 90㎏ 이상"을 우대한다고 돼 있다. 노동조합 상근직을 뽑을 때는 현장 경험이나 노조 관련 법령에 대한 지식 등을 고려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하나도 없이 조폭들이 조직원을 선발할 때나 따질 법한 내용들을 '채용 우대 조건'이라며 제시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건설 현장은 무법천지가 된 지 오래다. 민노총과 한노총 등 노조들이 서로 자기네 노조원을 현장에 밀어넣기 위해 벌이는 폭력이 일상화돼 있다. 올해 들어서만 전국 각지에서 여덟 차례나 조폭들 싸움을 방불케 하는 건설 노조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달 2일엔 광주광역시에서 민노총과 한노총 조합원 수백명이 패싸움을 벌이면서 일부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충남 공주에선 민노총이 한노총 차량을 쇠파이프로 때려부쉈다. 민노총·한노총에 비해 조직원 수가 달리는 군소 노조들은 더 심한 폭력을 동원하고 있다.

죽어나는 것은 건설사들이다. 불황으로 주거용 건물 착공 면적이 반 토막이 난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건설 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노조 등쌀에 임금을 10~20%씩 얹어줘야 하고 노조 간부 사무실을 따로 차려주거나 책상과 냉난방기 등 집기까지 넣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말을 듣지 않으면 노조가 공사 현장의 '비리'를 찾는다며 드론을 날리고, 온갖 트집을 잡아 괴롭힌다. 건설 현장 고용은 기업이 아니라 노조가 사실상 좌지우지한다. 몸에 새긴 문신 등을 보여주며 기업 관계자를 협박해 '상납금'을 뜯어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불경기보다 노조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겠나.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조들의 집단 행패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고용부는 노조의 채용 개입·압력을 규제하는 법이 생긴 지 1년이 다 돼가는데도 단 한 건의 과태료도 물린 적이 없다. 못 본 척하는 것 아닌가. 노조 폭력에 면죄부를 주는 법원 판결까지 잇따르고 있다.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