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뮤지컬 배우 A(25)씨가 2심과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확정지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3월 새벽 고등학교 선배 등 지인들과 함께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다.

A씨는 동석했던 일행 중 한 여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자 이 여성을 따라 들어가 “누나”라고 하면서 한 손으로 갑자기 여성의 가슴을 만지며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날 이 여성을 처음 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여성이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먼저 몸을 밀착해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더니 “너 왜 이러냐” “녹음 다했다” “내가 만만하냐”는 등 먼저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신이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갑자기 여성이 자신을 화장실 안으로 끌어당긴 후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위와 같은 행동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라며 “추행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A씨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반전은 2심에서 벌어졌다. A씨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술집의 화장실에 현장 검증까지 나가 A씨와 여성의 동선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화장실 출입구를 비추는 CCTV 화면에서 “화장실 문 아래쪽 통풍구에 비친 그림자로 화장실 내부에서 여자화장실 칸의 문을 열거나, 여자화장실 칸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화장실 내부의 모습은 CCTV에 찍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화장실 안을 오가는 시간대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장 검증 및 CCTV 화면 분석 결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진술대로 A씨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 뒤 여성이 뒤따라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려다 여성에게 붙잡혀 다시 화장실로 끌려 들어갔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나란히 붙어 있던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오가는 그림자가 찍힌 CCTV 화면을 초 단위로 분석하며 A씨와 여성, 나머지 일행들의 시간차 동선을 복원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여자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는 피해자를 따라 들어가서 추행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보다, ‘세면대 앞에서 입맞춤과 피해자의 항의가 이루어졌다’는 A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동선에 대해 피해자는 부인하고 있는 반면, A씨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다”고도 했다. 23일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