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선생님과 또래들과 한창 말과 글을 배워야 할 아이들이 때를 놓치고 있다. 언어능력은 다른 학습 능력에 직결되기 때문에 부모들의 이런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듣는 것만으론 언어능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언어능력 발달에는 단순한 '입력'보다 부모나 교사, 또래 등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게 언어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이런 상호작용의 상대방 역할을 온전히 부모가 맡게 됐다. '돌밥'(돌아서면 밥)과 '돌봄'만으로도 버거운 부모에게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자주 제공하고, 아이가 말하면 단순히 듣는 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되묻고 반응하는 것이다.
◇'화해' '사과' 등 긍정적인 말 자주 들려주자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까꿍'이나 '맘마'처럼 부모가 영아 수준에 맞춰 말에 입문시키는 이른바 '베이비 토크(baby talk)'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어른들의 대화를 듣는 것도 본격적인 언어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가 긴 시간을 집에서 함께 보내면서 부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이들에게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훨씬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소한 말 한마디도 주의하고 설령 엄마, 아빠가 다퉈서 부정적인 상황을 보여 줬다면, 이내 긍정적인 대화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면 싸움 이후 부모님이 화해하는 과정도 아이 앞에서 보여 주는 것이 좋다. 화해의 과정에 누군가는 사과를 할 텐데, 아이가 언어와 함께 갈등 해결,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책 읽고 다양한 질문 주고받기
어휘력이나 정확한 문장 구사 능력, 발표 능력, 언어 사고력 등을 키우기 위하여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독서에 그쳐서는 안 되고, 부모와 함께 읽은 책을 토대로 다양한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다.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주인공이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같은 질문을 먼저 던져 보자. 이후 같은 책을 다시 한 번 읽을 때는 그림을 자세히 보게 하면서 '여기에 뭐가 숨어 있을까? 찾아보자'라고 하면서 책을 읽는 방법을 다양화하는 게 좋다. 동생이나 좋아하는 인형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그림을 보며 이야기해 주는 시간, 가족 모두가 각자의 책을 읽는 시간 등 독서 방법을 다각화하여 독서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읽고 듣고 말하는 능력이 동시에 길러지고, 이렇게 함양된 사고력이 향후 '쓰기'로 이어진다.
◇발음, 문법은 지적하지 말아야
기초적인 읽기와 말하기가 익숙한 초등학교 2~3학년쯤 된 자녀에겐 독서 시간표나 계획을 짜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 보자. 책을 읽은 다음에는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실과 이유 등에 대해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다.
이때 아이들에게 시험을 보거나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는 분위기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발음이나 문법을 지적하지 않아야 한다. 언젠가 정확한 발음이나 문법이 필요한 상황이 오겠지만, 어릴 땐 의사소통의 맛을 느껴 언어의 유용함을 깨닫는 게 먼저다.
좋든 싫든 아이와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현재, 힘은 들지만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고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다. 고단한 거리 두기의 시간을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와의 언어적 스킨십을 늘리는 행복한 고통의 시간으로 승화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