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뿌리째 뽑혀 쓰러진 나무둥치에 새순이 파릇파릇 돋았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장지현(1971~ )
불운(不運)의 나무가 있다. ‘뿌리째 뽑혀/ 쓰러진 나무’다. 태풍이 그랬을까. 어쩌나,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그래,/ 다시 시작이다’라며 나무는 일어섰다. 둥치에 파릇한 새순을 뽑아 올리며. 작은 희망의 깃발을 세웠다. 그 깃발 앞세우고 ‘다시’ 나무가 되는 길로 나섰다. 좌절도 낙망도 훌훌 털고. 하늘로 푸른 발걸음을 시작했다. 나무들이 새잎들을 엮어 내기에 바쁜 철. 산도 소리 없이 부산스럽다. 봄볕에 나앉은 때 묻지 않은 잎들이 눈부시다. 이리 좋은 철인데도 코로나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꺾이지 않고 일어선 나무의 정신이 그들의 상처를 꿰매 주고, 힘과 용기의 싹을 돋게 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으면! 누구든 다시 시작하려면 낙심을 떨치는 게 먼저라고 나무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