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섬유 원리. 섬유 표면에 키토산으로 미세 구멍들을 만들면 열을 잘 방출한다(왼쪽). 이 구멍 내부를 온도에 따라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PEG로 채우면 더우면 섬유가 열을 흡수하고 추우면 열을 방출할 수 있다(오른쪽)

요즘 아침과 낮 기온이 예년보다 훨씬 밑돌고 있다. 봄이라고 얇은 옷을 입고 나가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머지않아 날씨가 변덕을 부려도 옷 한 벌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우면 열을 흡수하고 추우면 열을 방출하는 ‘스마트 섬유’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의 광밍 타오 교수 연구진은 최근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앤드 인터페이스’지 “외부 에너지 없이 섬유 표면의 미세 구멍 구조로 피부의 온도를 늘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옷감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일반 섬유에 조개와 갑각류의 껍질을 이루는 다당류인 키토산으로 미세 구멍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이 키토산 구멍 내부를 윤활제나 화장품으로 쓰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란 고분자물질로 채웠다. PEG는 온도에 따라 액체와 고체 상태를 오가는 상전이 물질이다. 마지막으로 구명 표면은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이란 합성고무로 처리해 PEG가 새 나오지 않도록 했다.

스마트 섬유 구조. 키토산으로 섬유 표면에 무수히 많은 미세 구멍을 만들었다(윗줄).구멍 내부는 온도에 따라 액체와 고체를 오가며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하는 PEG로 채웠다(아랫줄).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스마트 섬유를 합성섬유 재질의 장갑 내부에 덧댔다. 실험 참가자는 이 장갑을 끼고 섭씨 50도와 10도에서 각각 피부 온도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온도가 높아지면 PEG가 주변 열을 흡수해 녹았다. 덕분에 피부는 온도가 내려가 시원해졌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PEG가 고체로 변하면서 열을 방출해 피부 온도가 올라갔다. 스마트 섬유는 영하 20도에서 14도의 온도 상승효과를 냈고, 90도에서는 25도까지 온도를 낮췄다. 옷 한 벌로 사철을 날 수 있는 섬유가 나온 것이다.

섬유나 의류 업체들은 다양한 기능성 의류를 개발했다. 피부를 따듯하게 보온하거나 땀을 잘 발산시켜 시원하게 옷들이 나왔다. 하지만 기존 기능성 의류는 체온을 높이거나 낮추는 어느 한 쪽 기능만 가졌다. 이번 스마트 섬유는 하나로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연구진은 스마트 섬유는 옷뿐 아니라 텐트. 우산, 커튼, 카펫, 신발, 침대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커튼을 스마트 섬유로 만들면 낮에 햇빛을 받아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밤에 온도가 내려가면 열을 방출해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섬유업체들과 상용화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