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간 데는 무증상 감염자가 약 80%이고, 이들을 통해서도 전염이 일어난 요인이 크다. 감염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서 그들이 퍼뜨린 생활공간 속 바이러스에 오염돼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의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는 발열 증상이 시작할 때부터 바이러스가 기침이나 말할 때 배출되기 때문에, 유증상자를 조기 진단 격리하면 감염병을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는 마치 팬데믹을 위해 디자인된 것처럼 교묘하게 우리 주변에 파고들었다. 국내 감염자 발생이 크게 줄면서 20일부터 정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방역 지침을 전환했지만,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택배 상자·피자 박스에 묻어 있을까?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에 따르면, 택배상자에는 바이러스가 24시간까지 살아남는다. 배달원이 무증상 감염자일 경우, 이론상 그가 맨손으로 만진 택배 상자와 피자 박스에 바이러스가 묻고, 그것이 내 손으로 옮겨 올 수는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다고, 모두 전염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사스 바이러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를 면 섬유나 종이에 묻혔을 때 바이러스 농도가 약하면 5분, 강하면 3시간 정도에 대부분 비활성화됐다. 면 또는 종이에서는 상당량의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곧 감염력을 잃는다는 것이 당시 연구자들의 결론이었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쏟아진 국가에서도 택배를 열다가, 신문을 집다가 감염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택배 물건 만진 손을 비눗물로 씻거나 알코올 세정제로 닦는 게 좋다.

입고 다닌 옷과 신발은 위험한가?

주변의 무증상 감염자가 말할 때 뱉어 낸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 내 옷에 묻고, 그것을 손으로 만지는 과정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감염자에게서 나온 0.1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바이러스 입자는 공기 중에 30분 정도 떠다닐 수 있다. 실내에서는 4미터까지 날아간다.

에어로졸 전문가 분석을 담은 미국 뉴욕타임스지 기사에 따르면, 공기역학상 떠다니는 바이러스 입자가 옷에 묻을 가능성은 낮다. 바이러스 입자는 공기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데, 사람이 움직이면 사람 주변을 가르는 공기 흐름이 생겨 바이러스 입자가 사람에게서 밀려난다. 자동차가 천천히 움직일 때 작은 곤충이 앞 유리에 부딪히지 않고 피해가는 것과 원리가 같다.

다만 감염자가 침을 튀겨 가며 말하거나,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 입자가 옷에 묻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 당분간 옷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가 날릴 수 있으니, 옷을 털 필요는 없다. 옷 빨래는 평소대로 하면 된다. 설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옷에 묻었더라도 비누와 세제에 잘 파괴되어 전염력을 잃는다.

감염자가 있던 곳을 밟고 다녔다면 신발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을 수 있다. 코로나 감염자가 입원해 있는 중국 병원의 의료진 대상 연구에서 중환자실 바닥의 70%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의료진 신발 절반도 바이러스 양성을 보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공기 중으로 날아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신발 바닥을 가능한 한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 오염 지역을 다녀왔다고 생각하며 흐르는 물로 신발 바닥을 씻겨내면 된다.

버스·지하철 손잡이와 마트의 카트는?

지하철 등에서 무증상 감염 승객이 기침하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할 때 튀어나온 침방울이 손잡이에 묻었고 그걸 만졌다면 감염 위험이 매우 커진다. 바이러스는 침방울에서 3시간 정도 살아 있고, 전염력도 유지된다. 일단 손잡이를 만졌다면 손을 씻기 전까지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플라스틱 손잡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최대 72시간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나 감염력을 갖는 상태로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생체 세포를 떠나면 수시간 내에 감염력을 잃는다.

마트에서 사용하는 카트의 손잡이나 음식 진열대 덮개 꼭지, 엘리베이터 버튼 등 금속 표면에서는 바이러스가 대개 48시간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트에서 카트를 사용할 때는 손잡이를 알코올로 닦아야 한다. 타인의 손이 닿은 물품을 만졌다고 생각되면 휴대용 알코올 세정제로 손을 닦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