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엔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누구나 실연당할 때 먹는 위로의 음식이 있다. 큰 양푼에 남은 반찬과 고추장을 듬뿍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배스킨라빈스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와 마음껏 퍼먹기도 한다. 하나의 이별 의식이라고나 할까.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에서 오랜 연인 조커에게 차인 할리 퀸(마고 로비)이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달려간 곳은 단골 에그 샌드위치 가게다. 풍채 좋은 주인아저씨가 만들어 주는 할리 퀸의 '완벽한 에그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엿보면 이렇다.
먼저 식빵은 녹인 버터를 솔로 듬뿍 발라 팬에 구워준다. 베이컨은 기름에 튀기듯 구워 바삭한 식감을 만든다. 가장 중요한 건 계란 굽기. 한 손으로 능숙히 깨뜨린 계란은 흰자는 앞뒤로 전부 익히고 노른자는 살짝만 익힌 '오버이지(over easy)' 상태. 계란 흰자가 기름을 충분히 머금어 부들부들함을 유지하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익힌 재료들을 '계란→치즈→베이컨' 순으로 햄버거 패티처럼 만든 후 빵 위에 올리고 핫소스를 두 번 톡톡 뿌려주면 끝. 두 번째 톡을 할 때 할리 퀸은 외친다. "조금만! 치즈맛이 살아나도록."
이렇게 만든 샌드위치는 예쁜 접시가 아닌 은박지에 성의 없이 싼 후 던지듯 건네줘야 그 맛이 난다. 할리 퀸은 "이곳 치즈는 유통기한이 6개월은 지난 것 같지만, 그래도 맛은 최고"라며 가게를 나간다.
사실 에그 샌드위치는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흔한 음식이다. 당장 집에서도 식빵과 계란만 있다면 만들 수 있다. 그런 평범한 음식이 예쁘고 미친 악당 할리 퀸의 솔 푸드라니.
그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할리 퀸의 과거를 통해 추정 가능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한 아픔을 가진 조커와 달리 할리 퀸은 평범한 의대생이었다. 그러나 의대를 졸업하고 아캄수용소에 부임해 환자로 조커를 만나면서 감화돼 악당 할리 퀸이 된다. 환자를 구하는 의사에서, 사랑 때문에 악당이 된 여자, 그녀는 실연당하며 다시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는데…. 사실 영화 자체는 그렇게 재밌진 않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에그 샌드위치는 정말 먹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