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기존 발표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코로나 감염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단했는데, 바이러스 항체를 찾는 방법으로 검사했더니 최대 80배 이상 많은 사람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 감염자가 훨씬 많다면 코로나의 치사율은 분모가 늘어나 자연 내려간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무증상 감염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항체 진단법이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자얀타 바타차랴 교수 연구진은 지난 17일 의학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이달 초 미국 산타 클라라 카운티의 주민 3300여명을 항체 진단법으로 검사한 결과 66명 중 1명꼴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타 클라라에는 약 200만명이 산다. 연구진은 이번 검사결과를 실제 인구에 대입하면 코로나 감염자가 4만8000~8만2000명 정도가 된다고 추산했다. 이는 이달 초 공식 감염자 수인 1000여명보다 50~80배 많은 수이다.
◇항체형성 여부로 무증상 감염자로 찾아내
항체 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기존 진단은 유전자를 증폭해 바이러스에서 온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현재는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검사를 진행한다. 반면 항체 검사법은 증상이 없어도 과거 최소 1주일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임신 진단키트처럼 혈액 방울만 키트에 떨어뜨리면 육안으로 항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어 항체 검사법이 실제로 감염자가 얼마인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항체 검사 결과를 나이, 성별, 증상 여부,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정보와 결합하면 어린이들이 바이러스 전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증상 감염자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고 본다. 바타차랴 교수는 “항체 검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말 저렴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 항체 검사는 실제 감염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도 정확히 판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산타 클라라 지역 주민에 대한 항체검사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을 0.1~0.2%로 잡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등 통계를 기반으로 갱신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 확산 지도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24만191명, 누적 사망자는 15만3822명으로 치사율은 6.8%에 달했다.
코로나의 치사율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낮다면 방역 대책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의료경제학자 니라지 수드 교수는 “질병이 덜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도입된 억제 정책과 그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체 진단의 신뢰도 검증되지 않아" 신중론도
하지만 다수 과학자는 성급한 결론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이번 논문은 정식 심사과정을 거쳐 출판된 상태가 아니며, 항체 검사법도 아직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산타 클라라 주민의 항체 검사에서 음성 진단을 받은 371건 중 2건이 양성으로 잘못 판정됐다. 양성 판정을 받은 3320건 중에서는 50건이 잘못 판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항체 검사법이 신뢰성을 입증하려면 양성 판정은 수백건 이상, 음성은 수천건 이상 판정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로선 항체 검사법이 그만큼 검사 이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사용한 혈액 항체 진단키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사용 허가를 내 준 것으로,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코로나 감염자 확진용으로 쓸 수는 없다는 단서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