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으로 유연하고 투명한 전극을 개발해 유기 태양전지에서 최고 발전(發電) 효율을 기록했다. 새로운 전극은 태양전지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나 광센서 등에도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양창덕 교수 연구진은 “그래핀이 가진 우수한 전기 전도성과 내구성을 해치지 않도록 새로운 제조기법을 고안해, 고성능 투명 유연 전극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평평한 판(板) 형태 물질이다. 철보다 200배 강하고 전기는 구리보다 100배 더 잘 통한다. 투명하고 잘 휘는 특성도 있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에 쓰일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그래핀을 옮기는 지지층을 기판으로도 사용하는 새로운 제조법으로 ‘기판 일체형 그래핀 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을 유기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광전환효율이 15.2%를 기록했다. 이는 이제껏 개발된 유연한 유기 태양전지 중 가장 높다. 이 태양전지는 또 5000번의 굽힘 시험 후에도 초기 효율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우수한 기계적 내구성을 보였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받아 전자를 만들어내는 광활성층과 전자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전극, 전체 전지 구조를 유지하는 기판 등으로 구성된다. 유기 태양전지는 광활성층으로 가볍고 유연한 유기물을 사용하므로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전극은 기존의 딱딱한 형태를 사용하면 유연하고 가벼운 태양전지를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핀 전극은 가볍고 유연한 데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내구성도 좋아 유기 태양전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소재로 손꼽힌다.
문제는 그래핀이 원자 한 층 수준으로 얇아서 전극 기판으로 옮길 때 지지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보통 지지층으로 전기가 안 통하는 고분자 물질을 쓰는데, 이들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전기 전도성을 떨어트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 기판 위에 그래핀을 고정하는 힘이 부족해 굽히거나 외부 힘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떨어지기도 했다.
제1저자인 구동환 에너지 및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투명한 폴리이미드(PI)소재를 지지체 겸 기판으로 사용해 잔여물도 없고 투명한 그래핀 전극을 얻었다”며 “그래핀 전극 위에 폴리이미드 기판을 직접 형성해 기판과 전극 사이의 접착력이 향상돼 내구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판 일체형 그래핀 전극은 고온 공정이 필요한 다른 전기 소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그래핀 전극의 기판으로 이용되는 물질은 고온에서 변형됐으나, 폴리이미드 소재는 섭씨 400도 이상의 고온도 견딜 수 있어 변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혜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고성능 그래핀 전극은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과 내구성 등을 크게 높였다”며 “향후 태양전지뿐 아니라 고성능 발광다이오드(LED), 광센서 등 다양한 차세대 유연 광전소자 개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일 국제학술지 ‘줄(Joule)’ 인터넷판에 먼저 공개됐으며, 추후 출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