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를 받는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가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여권(與圈) 인사 연루설이 나오는 ‘신라젠 사건’의 주요 피의자 2명이 구속됐다. 법조계에서는 총선 때문에 멈춰 섰던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신라젠이 개발하던 면역함앙제 ‘펙사펙’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라젠의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9조 8000억원)에 올랐다. 하지만 펙사팩 임상시험이 중단되며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 문은상 현 대표 등 신라젠 임원들은 주식을 미리 팔아 2515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 금융업계 얘기다. 검찰은 신라젠이 기술특례상장된 경위, 횡령 자금이 여권 인사들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쫓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의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유착 의혹 보도.

수사 속도가 빨라진 것에는 최근 MBC가 상장 전(前)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수감)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서면 인터뷰해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MBC는 '채널 A 기자가 윤석열 측근 검사장과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이철씨 주장을 그대로 전했고 여권 인사들은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은 이를 '수사 방해' '물타기'라고 간주하고 수사 일정을 앞당긴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신라젠 본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신라젠 주주·임원의 비리 외에도 신라젠 초기 투자자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관련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 왔다. VIK는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에 450억여원을 투자했고, 한때 신라젠 미상장 지분 14%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그러나 VIK는 2015년 말 이철 당시 대표 등이 금융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신라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VIK는 1주당 3000~5000원대에 사들인 신라젠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2만원대에 팔아 수백억원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 전 대표는 작년 9월 3만명에게서 불법 투자금 7000억원을 모은 금융사기 혐의로 징역 12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VIK 투자 피해자들은 노사모 출신이자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던 이 전 대표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실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원을 받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VIK가 신라젠에 투자한 411억원 가운데 36억원의 용처가 모호하다고 보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VIK 투자자 조합원 명의로 된 'JNC'라는 펀드 계좌에서 신라젠으로 입금된 31억원의 사용처 등이 불확실한 상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