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면서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꺾고 유력 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 전 총리는 자기 선거뿐 아니라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의 기록적 승리를 이끌었다. 이 전 총리는 다만 당내에서 지지세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전 총리는 이 때문에 이번 총선 과정에서 당내 세력 확대에 신경을 썼다. 민주당 후보 38명의 후원회장을 맡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중 상당수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돌아왔다.
이 전 총리는 당선 다음 날인 16일 종로를 돌며 당선 인사에 나섰다. 그는 유세 차량으로 이동하며 "코로나19와 경제 후퇴라는 국난의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17일에는 현충원 참배를 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오는 8월 당대표 선거에 도전할지 말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며 "이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처럼 당대표를 맡은 뒤 대권을 노릴 수도 있지만, 2022년 대선에 도전하려면 당대표가 되더라도 중도 사퇴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도 민주당 열세 지역인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되면서 대선 경쟁 후보군에 올랐다. 김 의원은 이날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참배 뒤에 사저에 들러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친노 인사로 꼽히는 배우 명계남씨와도 인사를 나눴다. 김 의원은 "(부산·울산·경남에서) 기대만큼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국민 통합과 동서 화합의 과제, 저에게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다는 정치적 상징성도 있지만 민주당의 부산·경남 승리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에 민주당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경기 김포갑에서 재선에 도전하려던 김 의원을 설득해 내려 보냈다. 김 의원은 처음에는 민주당 요청을 거절했지만 출마 결정 뒤에는 자신의 지역 외에 부산·경남 지역 선거를 전반적으로 이끌었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에도 경선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다만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지사직을 사퇴한 전력에 대한 당내 부정적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플레이어'로 뛴 건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이슈를 주도하며 여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주요 인사 중 하나가 박 시장과 이 지사"라며 "지원금 이슈가 터지면서 수도권 압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시장과 이 지사 모두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비문 세력과 손을 잡으며 문재인 대통령 등 친문 세력과 갈등했던 적이 있다. 이 지사는 '허위사실공표죄'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는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에 대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주류인 친문 그룹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여전히 차기 주자로 거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 사람 역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조 전 장관도 입시 부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고 해서 곧바로 '조국 살리기' 등에 나서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최종 판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친문에서는 김 지사나 조 전 장관 등이 차기 주자로 여의치 않을 경우엔 586운동권 그룹 등에서 새 인물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